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노태우 동상 운명은

입력 2020-10-18 10:53 수정 2020-10-18 10:58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충북도 제공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의 철거 여부를 충북도가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의회가 동상 철거에 무게가 실린 조례안 상정을 또 보류했기 때문이다. 찬반 양측의 눈치를 보며 석 달 가까이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한 도의회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18일 충북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지난 16일 회의에서 두 사람의 동상 철거 근거를 담은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 심사를 보류하기로 했다. 지난 6월 이 조례안이 발의된 후 7월과 9월에 이어 벌써 세 번째 보류 결정이다.

행문위는 “조례안은 깊은 숙의가 필요하다는 다수 의견에 따라 보류했다”며 “상정과 별개로 도가 행정행위를 할 때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도민의 비판을 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잘못된 안내문이나 전시물을 즉시 교체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도의회가 전두환·노태우 동상 철거 문제에서 사실상 손을 떼면서 철거 여부 결정은 충북도로 넘어오게 됐다.

두 전직 대통령 동상 철거 문제를 놓고 충북도와 도의회가 불필요한 갈등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도는 지난 5월 충북5·18민중항쟁기념사업위원회가 “국민 휴양지에 군사 반란자의 동상을 두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철거를 요구하자 별도의 여론 수렴 없이 이를 수용했다.

도 관계자는 “조례안이 상정 보류된 것과 행문위가 권고한 내용 등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를 한 뒤 향후 방향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동상 철거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상정이 보류된 조례안은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도의원(청주7)이 지난 6월 대표 발의했다. 조례안에는 충북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전직대통령 기념사업과 제외 대상이 명시됐다. 전직 대통령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기념사업을 중단·철회하도록 했다. 부칙에는 조례 시행 이전에 추진한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은 소급 적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청남대에서 바라 본 대청호 전경. 충북도 제공

청남대는 1983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에 조성됐다. 이후 역대 대통령의 휴양지로 쓰였다. 2003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충북도로 관리권을 넘기면서 민간에 개방됐다.

도는 청남대에 역대 대통령 동상, 유품, 사진, 역사 기록화 등을 전시하고 있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길을 6개 구간에 조성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