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폭로와 관련해 전격적인 수사를 지시했다. 술 접대 등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검사들이 대상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지시한 지 하루 만에 윤 총장의 수사 지시가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대검찰청은 지난 17일 “검찰총장은 로비 의혹 전반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남부지검에 ‘검사 비위 의혹’ 부분을 신속하게 수사해 범죄 혐의 여부를 엄정하고 철저하게 규명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이런 지시를 하면서 “법조 비리, 특히 검사 비리는 있을 수 없다. 이런 일이 있으면 누가 수사를 믿을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고 한다.
라임의 실질적 전주인 김 전 회장은 16일 전관 출신 변호사와 현직 검사 3명 등에 1000만원 상당의 술 접대, 금품제공 등 로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현직 검사 1명은 라임 수사를 직접 담당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전 회장은 “(전관 출신의) 변호사가 ‘서울남부지검의 라임 사건 책임자와 얘기가 끝났다. 여당 정치인들과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을 잡아주면 윤석열(검찰총장에게) 보고 후 보석으로 재판을 받게 해주겠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김 전 회장은 “그 변호사는 네가 살려면 기동민도 좋지만 꼭 청와대 강기정 수석 정도는 잡으라고 했다. 합수단을 여당에서 해체해버려서 형사 6부가 합수단 역할을 하고, 부장(검사)부터 이른바 윤석열 키즈라고 하는 사람이고 이번 라임 사건에 윤 총장의 운명이 걸려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협조하지 않으면 공소 금액을 키워 중형을 구형하겠다는 협박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당초 2명의 민주당 의원은 소액이라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윤 총장의 ‘진짜 민주주의’ 발표 당일부터 수사 방향이 급선회해 두 사람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윤 총장은 지난 8월 ‘검언 유착 의혹’ 수사 지휘에서 배제된 후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자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강조했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이 ‘라임 사건에 윤 총장 운명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고 지목한 전관 출신의 이모 변호사는 폭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윤 총장과 반대의 길을 걷다 쫓겨난 사람”이라면서 “김 전 회장에게 현직 검사들 소개를 주선한 기억이 없고, 보석이나 강기정 수석에 관한 이야기도 없었다. 변호사로서의 직분만 다했을 뿐 부정한 일에 관여한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윤 총장의 수사 지시는 김 전 회장의 ‘로비 의혹’ 폭로 하루 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추 장관이 감찰 착수를 지시한 다음 날 수사를 지시했다는 점에서 여러 해석이 나온다. 추 장관은 김 전 회장 폭로 후 즉시 “사회적 이목이 쏠리고 중대한 사안”이라며 “그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기 위해 법무부에서 직접 감찰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법무부는 이틀에 걸쳐 고강도 조사를 벌여 거론된 검사들을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와 검찰이 진상규명 과정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윤 총장의 수사 지시에 조속한 김 전 회장 소환조사 등 구체적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런 해석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에 검찰총장이 수사로 맞서는 모양새여서 장관과 총장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같은 의혹을 놓고 수사와 감찰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법무부와 검찰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한편 여당은 김 전 회장의 옥중서신을 근거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야당은 이를 반박하며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