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고 잠적했다가 직접 생존신고를 한 박진성 시인이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SNS에 글을 남겼다. 박 시인은 또 JTBC 대표이자 뉴스룸 앵커로 활동했던 손석희 대표를 언급하며 “어떤 기분일까?”라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박 시인은 17일 오전 블로그에 ‘조용에 조용에 더해서’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살아 있다는 것, 살아서 물 마시고 숨쉬고 다시 허기를 느끼고 밥 챙겨 먹고 무언가를 욕망하는 것, 나도 모르는 사이 발톱이 자라고 손톱과 머릿카락이 자라고 말을 한다는 자체가 징그럽고 지겨웠다”고 운을 뗐다.
이어 “반포와 강 건너 용산 언저리를 떠돌았다”며 “다리에도 올라가 보고 종로 어디 건물에도 올라가봤다. 숨이 목까지 차 올랐을 때 드는 생각 하나는 이런 거였다. 누군가는 또 흉물을 치워야 하겠구나, 그게 평생의 상처로 남겠구나. 생각을 되돌리고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한강변을 오래 걸었다”고 덧붙였다.
박 시인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게 되었을 때 단 하나의 질문이 오롯이 남았다”며 “대부분의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손석희 전 앵커는 지금쯤 어떤 기분일까. 어떤 마음으로 물을 마시고 숨을 쉴까”라고 전했다.
앞서 서울 마포경찰서는 손 대표의 배임 혐의는 불기소 의견, 폭행 혐의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는 손 대표를 폭행치상 혐의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상해 정도가 심하지 않다고 판단해 폭행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검찰은 손 대표이사를 약식 기소했다. 반면 손 대표에게 채용과 금품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 김씨는 정식으로 재판에 넘겼다. 시민단체에 ‘뺑소니’ 혐의로 고발된 사건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면서 “단지 의혹만으로 자신이, 삶 자체를 망가뜨린 사람들에겐 어떤 마음일까, 자신이 주동해서 쫓아 내놓고 너는 왜 쫓겨났냐고 다시 조롱 받는 어떤 삶들을 볼 때 도대체 어떤 마음일까. 뉴스에는 아니면 말고가 있지만 아니면 말고의 삶은 어디에도 없을 텐데 그걸 잘 알 텐데. 그 질문 하나를 강물에 던지면서 오래 걸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식어가 많은 문장이 시를 망치듯이 변명과 설명이 많은 반성은 상대방의 어떤 시간과 마음을 상하게 할 것이다. 부끄럽다. 조용에 조용을 더해서 겸손하게 살겠다. 정말 죄송하다. 그리고 감사하다”고 마무리했다.
앞서 박 시인은 지난 14일 오후 페이스북에 “저는, 제가 점 찍어 둔 방식으로 아무에게도 해가 끼치지 않게 조용히 삶을 마감하겠다”라는 글을 올리고 잠적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실시했으나 박 시인이 휴대전화를 꺼둔 상태여서 소재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박 시인은 15일 오후 8시18분쯤 용산 한강공원에 설치된 경찰센터를 찾아 자신의 생존 사실을 알렸다.
그는 지난 2016년 습작생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후 박 시인은 자신에게 성폭력 의혹을 제기한 언론 등과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아울러 박 시인은 JTBC가 2018년 문단 내 성폭력 고발 운동을 주도해온 탁수정씨를 인터뷰한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었다. 지난해 1월 ‘손석희 앵커님에게’라는 제목의 시를 공개해 손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었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