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20일가량 앞두고 진행된 NBC방송과의 타운홀 행사에서 진땀을 뺐다. 진행자인 서배너 거스리 앵커가 날카로운 질문을 퍼부으며 ‘맹공’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 CNN방송 등 외신들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자인 거스리와 시종일관 날 선 공방을 벌이며 긴장감을 자아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 우월주의를 비난해달라”는 주문을 받자 “당신은 항상 그 질문으로 시작한다. 다른 사람한테도 이런 식이다. 나는 백인 우월주의를 비난한다. 다음 질문은 뭔가?”라고 받아쳤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극우음모론 단체인 ‘큐어넌’(QAnon)을 모른다고 하자 “당신은 안다”고 즉시 반박하면서 이 단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조목조목 설명했다.
거스리가 “큐어넌의 음모론을 한 번만 부인해 보라”고 요구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 단체를 모른다”라고 재차 부인하자 거스리는 “내가 지금 설명했지 않느냐”라고 압박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를 쓴 사람의 85%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말하자 거스리는 그가 인용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연구에 해당 내용이 없다고 반박했다. 마스크의 효능을 둘러싼 논쟁을 벌이다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서배너, 우리는 같은 편이다. 마스크 쓰는 것에 아무런 불만도 없다”며 물러섰다.
행사 이후 미 언론들은 거스리에 대한 호평을 내놨다. 뉴욕타임스(NYT)는 “거스리가 타운홀 미팅의 대부분 시간을 속사포 같은 논쟁적 질문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맹렬히 공격하는 데 썼다”면서 “다른 진행자와 달리 그는 이런 질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회피식 화법을 들춰냈다”고 평가했다.
인터넷 매체 복스(VOX)는 “우리가 몇 년 동안 기다렸던 트럼프와 인터뷰를 거스리가 해냈다”면서 “그를 어떻게 ‘신문’해야 하는지 보였다”고 전했다.
27년 경력의 방송 언론인인 거스리는 2007년 NBC에 입사해 2012년부터 이 방송사의 간판 아침 시사방송 ‘투데이’의 공동 진행자를 맡았다. 2018년엔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