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육사 출신’ 육군총장 40년만에 5·18 사과

입력 2020-10-16 17:15 수정 2020-10-16 17:44
16일 오전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육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은 군이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폭력 진압한 데 대해 고개를 숙였다. 군의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압과 관련해 육군총장이 공개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비육사 출신 육군총장이기에 가능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남 총장에게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16일 오전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육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남 총장은 이에 대해 “군의 존재 목적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라며 “그런데 80년 5월 18일 광주 시민의 민주화운동에 군이 개입된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고 사과했다.

이어 “이 자릴 빌어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분과 그 유족분들에게 정말로 사죄의 말씀을 드리다”며 “육군을 응원해주시고 사랑해 주는 광주시민이 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남 총장은 발언 이후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혀 사죄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군의 5·18광주민주화운동 폭력 진압과 관련해 국방부 장관이 고개를 숙인 적은 있으나 육군총장이 공개 사과한 것은 전례가 없다. 설 의원도 “40년간 어느 육군총장도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사죄하거나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과를 두고 군 안팎에선 “비육사 출신 육군총장이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남 총장은 창군이래 최초의 학군장교 출신 육군총장으로, 51년간 이어진 ‘육군총장=육군사관학교 출신’ 공식을 깨뜨린 인물이다.

한 군 관계자는 “남 총장이 학군장교 출신인 만큼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폭력 진압에 대해 비교적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육사 출신이 아닌 탓에 선배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데 이전 육군총장들과 달리 부담이 덜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폭력 진압은 육사 출신이 주축이 된 군인들에 의해 이뤄졌다.

남 총장이 제7공수특전여단장을 역임한 것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군 관계자는 “제7공수특전여단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했던 부대 중 하나”라며 “제7공수특전여단장직을 맡으며 이와 관련해 분명 생각해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를 상징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인 남 총장이 군 밖의 민심을 고려해 전격 사과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남 총장은 울산 출신으로 동아대를 졸업한 뒤 소위로 임관했다. 제7공수특수여단장, 제3사단장, 육군특수전사령관, 국군기무사령관, 군사안보지원사령관 등을 역임한 뒤 지난달 22일 육군총장으로 임명됐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