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수립하며 활용해온 주택가격동향지수(KHPI)의 신뢰도 수준이 정부 자체 기준에도 사실상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이 2013년부터 집계해 발표하는 ‘KHPI’는 정부가 주택시장의 과열 또는 침체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수단으로 월간, 주간 단위와 시·도, 시·군·구, 읍·면·동 단위로 나뉜다. 표본 수가 적다는 외부 지적에 따라 한국감정원이 자체 실시한 내부 조사 결과에서도 이 같이 확인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KHPI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신뢰할만한 지표가 못 된다”고 밝혔다. 한국감정원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동계수 값을 ‘주택 평균 가격’의 경우 30% 이하, KHPI의 경우 0.45% 이하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변동계수는 통계의 신뢰수준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로서 그 값이 클수록 평균으로부터 넓게 분산돼 신뢰 수준이 낮다고 해석된다.
하지만 한국감정원의 ‘2016년~2020년 표본 보정 및 재설계 보고서’에 따르면 2016~2018년 시·군·구 단위 월간 주택 평균 가격 일부 변동계수가 기준치인 30%를 초과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부터는 아예 변동계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또 주간 KHPI의 경우 조사 대상을 아파트로 한정하며 표본 수를 줄였음에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변동계수 값이 0.62%로, 기준치인 0.45% 대비 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마디로 유의미한 신뢰 수준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표본 조사를 충분히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해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아파트가 970만7000채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KHPI 산출을 위한 표본 아파트 수는 1만7190채에 머물렀다. 또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건축아파트는 가치 산정이 곤란하다는 이유에서 표본에서 배제, 서울과 같이 재건축 단지가 많은 지역의 가격 집계에 왜곡이 발생할 우려도 제기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1월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을 발표하며 사용한 읍·면·동 단위 KHPI 표본의 수도 서울 전체 주택 269만5568호 중 7533호, 기타 규제지역 220만429호 중 6600호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모집단 대비 표본 수가 0.3% 수준에 머문 것이다. 이에 따라 변동계수 값도 15%로 기준치인 0.45%보다 33.3배 높았다. 신뢰 수준이 낮은 지수로 인해 규제 효과가 왜곡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의결시 KHPI 뿐 아니라 정비사업 추진현황, 청약경쟁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정부의 23차례 부동산 대책이 실패로 끝난 주된 원인 중 하나가 신뢰성이 부족한 가격 지수에 의존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왜곡된 통계에 의존한 무책임한 정책 수립으로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