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새벽 2시. 당직근무 중이던 전종훈 경기도청 세정과 세무관리팀 주무관은 한 민원인의 전화를 받았다.
장애인인 민원인은 “뇌질환을 앓고 있어 3개월마다 검사를 받는데 검사비가 180만원이나 한다”면서 “최근에는 일자리를 잃어 생활에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전 주무관은 처음으로 접하는 상황이라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내 침착하게 민원인에게 “공무원 대 민원인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대화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민원인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얘기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민원인은 “최근 일자리를 잃어 식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등 생활고를 겪고 있다. 살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고 하소연하며 울음까지 터트렸다.
전 주무관은 전화를 끊고 나서 안타까운 민원인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민원목록에 적혀있는 민원인의 주소를 휴대폰에 옮겨 적었다.
당직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전 주무관은 끼니문제라도 당장 해결해 드려야겠다는 마음에 라면과 쌀을 민원인 주소로 주문해 보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민원인은 전 주무관을 찾아와 “고맙다”며 머리를 숙였다.
전 주무관은 아직도 상처와 어려움이 많아 보이는 민원인의 하소연을 들어줬다.
도민을 섬기는 공무원이 자신의 직업이라는 자세로 말이다.
전 주무관은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저도 어릴적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아 정부의 도움을 받았다. 어릴 때는 그런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때도 있었다”며 “당시 감정이 떠올라 내가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다면 돕는게 옳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주무관은 “공무원이 되고 나서 도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이런 마음이 더 단단해졌다”며 “앞으로도 억울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말하며 활짝 웃었다.
가난했던 유년시절을 보낸 전 주무관은 대학 1학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해 군복무를 하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2019년 9월 23일 전역한 후 다음 날인 9월 24일 공무원이 됐다.
전 주무관은 “군대 일병 시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병장 선임과 많은 이야기를 하다가 공무원 시험 준비를 결심했다”며 “군인이라는 특성상 어려움이 많았지만 최대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공부했다”고 했다.
이어 “공무원 생활에 만족하고 있지만, 20대에 친구들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대학생활의 기회가 사라져 조금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