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자연 환경을 지닌 ‘세계자연유산의 섬’ 제주가 정작 도시에선 ‘초록 공간’을 만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의 총 녹지비율은 높지만, 도시민들이 실제로 느낄 수 있는 체감 녹색량 지표인 도심내 ‘생활권 도시숲’ 비율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최근 발간된 산림청의 ‘전국 도시림 현황 통계’(2018)에 따르면 ‘제주도의 총 도시숲 면적’은 8만7778헥타르(㏊)로, 강원(28만5289㏊) 경북(16만1180㏊) 경기(13만5593㏊) 전남(11만5222㏊)에 이어 다섯번째를 기록했다.
도시 면적 대비 도시숲의 면적 비율을 뜻하는 ‘총 도시림 면적률’도 강원(70.20%) 울산(58.78%) 충북(58.07%)에 이어 4위로 제주(57.87%)가 상위에 올랐다.
하지만 도시민들의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976㏊로, 세종(559㏊)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적었다.
지역 전체에 녹지 공간은 많지만, 일상 거주공간에서 만나는 녹지는 적다는 의미다.
‘생활권 도시숲’은 실생활에서 쉽게 접근해 활용할 수 있는 생활권 주변의 숲을 말한다.
길가의 가로수가 만들어내는 도로변 녹지를 포함해 하천 주변 녹지, 공원, 어린이놀이터, 학교 숲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산책 운동 놀이 휴식 등 도시민들의 다양한 여가 활동 장소로 활용되는 데다, 최근 폭염과 미세먼지 등 불편한 기후 현상이 일상화되면서 이를 상쇄하는 데 효과를 지닌 도시숲의 기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삶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숲·공원과 가까운 ‘숲세권’ 부동산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서는 도시숲이 일대 기온을 주변부보다 3~7℃ 가량 낮추고, 미세먼지를 흡착해 깨끗한 공기를 제공하며, 주변 도로에서 나는 자동차 소음을 상당 부분 막아준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나무 1그루의 연간 미세먼지 흡수량은 35.5g, 1㏊(3000평)의 도시숲은 연간 169㎏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도시숲은 여러 연구에서 정서 안정을 통한 행복 향상 기능과, 정주여건 개선을 통한 도시재생 효과도 갖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도시숲의 기능을 인정해 지난해 도시숲법(축약)을 제정, 도시숲 확대를 위한 국가와 지방정부의 구체적인 노력을 의무화했다.
전문가들은 도시숲 추진과 관련해 기존의 산림 정책을 이제는 복지 및 도시정책과 연관한 시각에서 계획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무 몇 만그루 나눠주기’와 같이 양에 치우친 보여주기식 행정보다 도심내 유기적인 생태친화공간을 확보하고, 동시에 지자체와 민간이 함께 도시숲 확장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개설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특히 제주의 경우 도로변 녹지(가로수)와 체육공원 면적은 전국 평균을 상회하지만 하천변 녹지와 학교숲, 놀이터, 공원 등 주택과 가까운 녹지공간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제주의 도시숲 확대 정책은 시민의 눈에서 다양한 공간을 발굴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