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랑 다르네… 총리된 후에도 신사 참배 보류하는 스가

입력 2020-10-16 05:05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달 16일 오후 9시 관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태평양전쟁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의 가을철 제사에 참배하지 않기로 했다.

지지통신은 15일 스가 총리가 오는 17~18일 열리는 야스쿠니 신사의 ‘추계예대제’에 참배를 보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가 총리는 참배를 하는 대신 ‘마사카키’라고 불리는 공물을 봉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아베 신조 정권의 관방장관 시절부터 신사 참배를 보류해왔다. 7년8개월의 관방장관 재직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신사참배를 한 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 아베 전 총리는 사임 후 사흘만인 지난달 19일 곧바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아베는 총리 재직 기간에 한 차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그 외에는 공물을 보내는 걸로 참배를 대신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의 총리라면 한 번쯤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참배를 이유로 정상회담을 거부하는 국가가 있다면 회담을 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사 참배 보류 결정은 ‘약간 온건한 아베’라는 평가를 받는 스가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민감한 한국과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해 참배 보류 기조를 이어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다. 신사에는 도조 히데키와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근 100여년간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명의 위패가 안치돼 있다. 강제로 전쟁에 동원됐던 한국인 2만여명도 합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총리의 참배 보류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관계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일본 정부는 올해 한국이 의장국을 맡는 한·중·일 정상회의와 관련해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방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것과 관련해 일본이 전방위로 철거 로비를 벌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