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14일(현지시간) 발표한 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 경북 성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주둔을 위한 장기계획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처음 명시됐다. ‘사드의 정식배치’라는 미국의 주장이 반영된 것이다. 성명에는 또 기존 ‘한반도 비핵화’ 문구가 ‘북한의 비핵화’로 3년 만에 바뀌면서 북·미 대화 단절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우회적으로 반영되는 등 전반적으로 미국의 요구가 노골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국방장관은 이날 SCM 공동성명을 통해 “성주기지 사드 포대의 안정적인 주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SCM 공동성명에 이런 내용이 들어간 것은 2017년 사드의 임시배치 이후 처음이다.
임시배치 상태인 사드 기지를 정상화해 달라는 미국의 요구가 공동성명에 명문화된 만큼 일반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마치고 사드를 정식배치 하는 데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사드가 정식으로 배치되면 중국은 물론 북한과 러시아 등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그동안 적시했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란 표현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로 변경했다. 2017년 공동성명에 이런 표현이 들어간 후 3년 만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15일 “북한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를 제외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한·미가 군사연습을 실시하지 않는 등 그에 따른 조치를 한다는 게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인데 이 상응 조치를 명시하지 않은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한·미는 공동성명에 “한반도에서 (한·미) 연합연습 및 훈련의 지속 필요성을 재확인했다”고 적었다. 조 위원은 “주로 북·미 대화가 진행되지 않을 때 쓰는 표현이 북한의 비핵화”라며 대화에 나서지 않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 “상호 합의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에 명시된 조건들이 충분히 충족돼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부분도 미국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양측은 ①한국군 핵심 군사능력 확보 ②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확보 ③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안정적인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충족 등 세 가지 조건을 평가한 후 전환키로 합의했다. 현 정권 내에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려면 평가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미국이 기존 조건 충족이란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전작권 전환 전후에 병력과 전차, 무인정찰기, 포병 장비 등은 물론 한국군이 확보하지 못한 정찰 능력과 장거리 폭격 능력, 미사일 방어 능력 등의 보완능력을 한국에 제공하는 데 있어서도 미국은 이른바 ‘조건부 제공’을 제시했다. 작년에 없던 “한국의 획득계획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기면서다.
한국군이 보유하거나 앞으로 보유할 무기 분야의 보완전력은 제외하거나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이다. 한반도 방위에 드는 미국의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동맹에는 책임을 더 요구하는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은 공동성명에 ‘주한미군의 현 수준 유지’ 문구도 뺐다. 우리 측 방위비 분담금을 높이기 위한 미국의 협상 카드 중 하나로 해석된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번 한·미 SCM 결과에 대해 “전작권 전환 추진, 연합방위태세 강화 등 여러 한·미동맹 현안을 전반에 걸쳐서 내실 있고 심도 있게, 진솔하게 대화하고 소통했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김영선 손재호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