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매매 계약서에 세입자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 적힌다

입력 2020-10-15 16:52

전세 낀 집을 매매할 때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계약서에 적게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밝혔는지도 명확하게 기재해 세입자의 변심으로 분쟁이 일어나는 일을 줄이겠다는 포석이다. 기존 세입자 때문에 집을 팔지 못하고 있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적인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다음주 중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전세 낀 집의 계약을 할 때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썼는지,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이사를 나가기로 했는지 등의 정보를 명확하게 표기하도록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등을 고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세입자의 말을 믿고 계약을 진행한 집주인과 매수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목적에서다.

정부는 전세 낀 집의 매매 계약이 추진될 때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이후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었다. 그러나 세입자가 매매 계약서 작성 이후에 뒤늦게 생각을 바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서 '명확하게 계약갱신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그대로 살고자 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가 처한 상황이 바로 이런 사례다. 홍 부총리는 경기도 의왕시 아파트를 팔려고 지난 8월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매수자가 대출을 받지 못하면서 홍 부총리에게 잔금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 세입자가 계약 체결 이후 전셋값이 급등해 다른 집을 구하지 못하자 2년 더 살겠다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이에 세입자가 주택 매매 계약서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하게 적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견이나 갈등이 일어날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국토부는 이르면 다음주 중에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공문을 보내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기재하도록 안내했다. 설명서에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않은 물건의 권리사항’ 란이 있는데 이곳에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와 관련한 내용을 적도록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와 관련해 공인중개사의 설명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언론보도 등 지적이 있어 한달 전부터 시행규칙 개정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