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조정래 작가의 ‘토착왜구·친일파’ 발언 논쟁 해명을 재반박하고 나섰다.
진 전 교수는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두 문장을 비교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먼저 지난 12일 조 작가가 등당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 “(1)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되어버린다. 민족 반역자가 된다”는 발언을 썼다. 그리고는 “이 경우 의미론적 충돌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2)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토착왜구라 부르는 친일파가 됩니다. 민족 반역자가 됩니다’라고 쓴 뒤 “통사론적으로나 의미론적으로나 매끄럽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 작가는 ‘토착왜구’가 ‘반일종족주의의 저자들’을 가리킨다고 해명하는데 이 역시 이상하다”며 “단죄해야 할 친일파의 수가 150~160만명에 달한다는데, 무슨 책을 150~160만명이 공동저술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고로 문제의 발언은 (2)로 해석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한가지 당혹스러운 것은 자신을 ‘대선배’라 칭하고 사회적 지위를 내세우며 ‘무례와 불경’을 말한다는 것”이라며 “자신을 신성불가침의 존재로 여기는 이 권위의식이 저를 매우 불편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또 “법에 호소하는 것은 그의 권리이니 존중해드린다. 저는 이 진흙탕에 빠지지 않고 이 문제를 역사철학에 관한 학문적 논쟁으로 승화하는 길을 택하겠다”며 “제 관점은 이영훈, 조정래 각자 합리적 핵심은 갖고 있으나 동시에 둘 다 역사수정주의의 편향에 빠져있다는 거다. 그로 인해 논쟁이 전쟁이 되고 나라가 해방전후사로 후퇴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앞서 조 작가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분명히 토착왜구라고 그 대상을 한정하고 제한했다. 그런데 언론이 주어부를 빼버리고 기사를 왜곡함으로써 일파만파 오해가 생겼다”며 “주어부를 그대로 뒀다면 이 문장을 가지고 오해할 이유가 없고 국어 공부를 한 사람들은 다 알아듣는 이야기다. 해석이 정확하게 되기 때문에 (기자간담회) 현장에서는 더 이상 질문이 나오지 않았고 다 고개를 끄덕이고 수긍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우리가 토착왜구라 부르는 사람들은 일본에 유학을 갔거나 연수를 갔다가 일본과 접촉하고 돌아와서 변질돼버렸다”며 “토착왜구로 불리지 않은 사람들은 해당이 없다. 일본 유학 갔다 와서 민족의식과 역사의식이 더 강화된 분들도 많다. 그분들은 토착왜구가 아니다”라고 재차 설명했다.
그러면서 토착왜구 발생 시기를 일제강점기만으로 한정한 것은 아니라며 “토착왜구로 지칭돼 문제를 일으키는, ‘반일종족주의’를 쓴 사람들은 일제시대 활동한 사람들이 아니지 않나. 해방 이후 지금 성장하고 교육받은 사람이라 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조 작가의 기자간담회 발언이 기사화되자 진 전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 따님도 일본 고쿠시칸대학에서 유학한 것으로 안다. 곧 조정래 선생이 설치하라는 반민특위에 회부돼 민족반역자로 처단당하겠다”며 “시대착오적인 민족주의 안에 잠재된 극우적 경향이 주책없이 발현된 것이라고 본다. 종전 70년이 다 돼가는데 이분의 영혼은 아직 지리산 어딘가를 헤매는 듯”이라는 글을 쓴 바 있다.
조 작가는 이에 대해서도 “진중권은 저를 비난하고 심지어 대통령 딸까지 끌어다가 조롱했는데 내게 사실 확인을 하지 않았다”며 “진정 어린 사죄를 요구한다. 만약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작가의 명예를 훼손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