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한 택배 노동자 ‘산재 적용 제외’ 대리점이 대신 썼다

입력 2020-10-15 16:39 수정 2020-10-15 16:46
과로로 사망한 고(故) 김원종씨의 아버지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

지난 8일 택배 배송 중 사망한 김원종(48)씨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소속 대리점 소장이 대신 썼기 때문에 산재 제외는 무효라는 주장이 나왔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김씨가 작성했다고 하는 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를 보면 글씨가 김씨의 글씨체와 확연히 다르다. 게다가 같은 대리점의 다른 제외 신청서들 역시 대리 작성한 정황이 다수 확인됐다”며 “사실이라면 명백한 공문서 위조”라고 말했다.

전국택배연대노조 역시 기자회견에서 “대리점 소장이 대필 작성 사실을 인정했다. 본인이 작성·서명해야 하는 신청서의 기본 양식을 어긴 것으로, 산재 제외는 당연히 무효”라고 밝혔다.

양이원영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CJ대한통운 송천대리점은 지난달 10일 김씨 등 직원 12명의 특수고용노동자 입직 신청서를 제출했고, 닷새 뒤인 15일 이 중 9명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냈다.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 노동자는 입사 14일 이내에 입직 신고를 해야 하지만 경력 20년이 넘는 김씨는 해당 대리점에서만 3년 이상 일해왔음에도 상당 기간 법적으로 택배 기사로 분류되지 않았다고 한다.

노조는 “택배 기사들을 모아놓고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쓰게 하거나 임의로 작성해 서명만 하게 하는 경우,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고 서명을 강요하는 경우, 사업주가 대신 작성해 제출하는 경우까지 불법 사례는 넘쳐난다”며 노동부의 입직 신고 현황과 불법 사례 전수 조사를 촉구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에 대한 전수 조사와 ‘전 국민 산재보험법’ 처리를 촉구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