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해 각종 서류를 집중 위조한 것으로 지목한 날을 ‘위조데이’라고 부르자 정 교수 측이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이 ‘언론 플레이’를 위해 고의적인 작명을 한다는 것이었다. 재판장은 정 교수 측 이의를 받아들이면서도 “그런데 이의를 하면 더 부각이 되더라”고 덧붙였다. 방청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는 15일 정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공소사실에 대한 검찰 측 서증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정 교수 딸 조모씨가 동양대 총장 명의로 받은 표창장의 위조 의혹 등 정 교수의 입시비리 공소사실에 대한 물증과 관련 진술을 망라해 혐의를 입증하려 했다.
검찰은 특히 2013년 6월 16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은 조씨가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기 전날이었다. 검사는 “이날을 꼭 기억해달라”며 “정 교수가 4개의 허위 서류를 위조·조작·임의수정한 일명 ‘위조데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반복해서 위조데이라는 용어를 쓰자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는 “계속 들어야 하나 고민하다 불편해서 말씀드린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이) 위조데이라는 새로운 작명을 하고 있다. 앞서 나온 ‘강남 빌딩의 꿈’처럼”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 교수가 동생 정모씨에게 사모펀드 관련 설명을 하면서 “내 목표는 강남에 건물을 사는 것”이라고 보낸 문자 메시지를 가리킨 것이다. 앞선 공판에서 검찰이 이 표현을 부각시키자 정 교수 측은 “쟁점과 무관한 키워드로 여론몰이를 한다”며 반발했었다. 정 교수 측은 위조데이라는 용어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재판장인 임정엽 부장판사는 “변호인 측의 이의를 받아들인다. 위조한 날로 정정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임 부장판사는 “그런데 이의를 하면 더 부각이 되더라”며 뒷말을 덧붙였다. 이에 방청석에서는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날 검찰은 앞선 재판부 요청에 따라 동양대 표창장 위조 과정을 직접 시연하고 프린터로 출력해 보였다. 검사가 공소사실에 나온 대로 정 교수 아들의 수료증 스캔본에서 총장 직인 부분을 캡처해 딸 표창장을 위조해 출력하는 데 걸린 시간은 30초 남짓이었다. 검찰은 “피고인 측은 포토샵 등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써야 가능한 일이라고 했지만, 피고인이 30년 이상 사용해온 MS워드만으로도 쉽게 제작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의 서증조사는 오는 29일 열린다. 결심 공판은 다음 달 5일로 예정돼 있다. 재판부는 다음 달 변론을 종결하고, 이르면 연내 1심 선고를 내놓을 전망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