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존재와 대화하고 싶었다”…외인 6인의 ‘비애’

입력 2020-10-15 16:00
IBK기업은행의 안나 라자레바. 한국배구연맹 제공

“살아있는 존재와 대화를 하고 싶었죠.”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새 외국인 선수 안나 라자레바(23·러시아)가 2주 간의 자가격리 기간 동안 가장 하고 싶었던 건 ‘대화’였다.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6개 구단 외국인 선수들은 15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0-2021 시즌 V-리그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새 시즌을 앞둔 각오를 밝혔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자가격리 기간에 느꼈던 고충에 대한 6인의 답변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 탓에,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선수들은 한국 입국 뒤 의무적으로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생소한 경험에 지난 시즌 V-리그를 경험했던 선수들도, 새로 V-리그에 합류한 선수들도 모두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라자레바는 자가격리 기간 중 ‘가장 하고 싶었던 일’에 대한 질문에 “핸드폰으로 소통하고 드라마를 보는 게 하루의 전부였기 때문에, 살아있는 생물체와 대화하는 게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라고 밝혔다.

새로 합류하게 된 또 다른 외국인 선수 켈시 페인(24·미국)도 마찬가지의 심정이었다. 그는 “그냥 나가고 싶었다. 넷플릭스만 보고 그냥 숙소 안에만 있었기 때문에, 빨리 나가서 팀메이트들과 인사하고 싶었다”고 격리 기간을 회상했다. 지난 시즌 뛰었던 KGC인삼공사와 1년 더 동행하는 발렌티나 디우프(27·이탈리아)도 “고양이 3마리를 키우는데 그 고양이들이 너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헬렌 루소. 한국배구연맹 제공

외국인 선수들이 ‘자가격리 대처법’으로 가장 많이 활용한 건 ‘실내 사이클’이었다. 흥국생명의 루시아 프레스코(29·아르헨티나)는 “구단에서 준 사이클 운동기구를 최대한 베란다에 붙여서 나가서 사이클을 타는 것처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의 메레타 러츠(26·미국)도 “내 사이클도 똑같이 (설치)했다”며 “구단 마스코트 강아지 킥스도 너무 만나고 싶었다. 같이 격리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못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헬렌 루소(29·벨기에)는 사이클 활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다. 루소는 “내 사이클도 똑같이 (설치)했고, 도로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안녕’ 인사도 했다”며 “격리기간엔 혼자 요리를 해서 누군가 해주는 음식을 먹고 싶었고, 또 누군가 안고 싶은 마음이 커 (격리가 끝나고) 통역을 본 뒤 바로 껴안았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