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따이궁도 거긴 안 가요… ‘찬밥’된 공항 면세점

입력 2020-10-16 07:00 수정 2020-10-18 11:53

한·중 항공노선이 살아나면서 따이궁(代工·중국 보따리상)이 국내에 돌아왔지만 공항 면세점 매출 회복은 요원하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공항 면세점이 내외국민의 소비 패턴 변화로 시내·온라인 면세점에 밀리더니 코로나19를 계기로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이 세 차례나 유찰되자 결국 수의계약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가 지속하는 한, 앞선 세 차례와 같은 입찰 조건으로는 T1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수의계약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지난 입찰에서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대기업 한 곳에 수의계약 의사를 묻거나 임대료 감면 등 입찰 조건을 변경한 후 4차 입찰을 진행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인천공항은 전했다.

앞서 공사는 지난 2월 첫 유찰 이후 임대료 납부 방식을 면세점에 유리한 ‘매출 연동형’으로 바꿔 재입찰에 나섰다. 그러나 기업들이 입찰 신청서를 내지 않아 지난 13일까지 두 차례 더 유찰됐다.

공항 면세점 인기가 시들해진 표면적인 이유는 감염병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이용객들의 소비 구조 변화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공항 면세점이 시내, 온라인 면세점에 밀려 매출 비중이 지속해서 감소해왔다는 것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큰 손인 중국인 따이궁은 주로 시내 면세점을 이용하고 내국인은 갈수록 온라인 면세점을 선호했다”고 설명했다.

면세업계 사상 최고 연 매출(24조원)을 기록한 지난해 기준 매출의 약 절반은 시내면세점에서, 30%는 온라인 면세점에서 나왔다. 공항 면세점 매출 비중은 20%에 그쳤다. 이 관계자는 “감염병 발생 이전부터 시내 면세점에서 번 돈으로 공항 면세점의 적자를 메우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가 막판 펀치를 날렸다. 해외 여행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지난 6월 기준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은 2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08억원)보다 89.3%나 줄었다.

감염병 사태 이후에도 공항 면세점 매출이 보장되지 않자 기업들이 굳이 입찰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중 항공노선이 최근 재개되면서 따이궁이 대거 국내에 유입, 면세점 매출이 회복세를 보였지만 실적 대부분이 시내·온라인 면세점에서 나왔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면세점 매출은 1조4441억원으로, 전월보다 15.3% 증가했다. 지난 4월(9867억원) 최저점을 찍은 뒤 넉 달 연속 상승세다. 이중 93% 이상이 시내·온라인 면세점 매출(1조3507억원)이다.

다만 공항 면세점은 여행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곳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는 업계 의견도 있다. 공항이 임대료 부담을 더 줄여주기만 하면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