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 향하는 민주화시위… 태국 정부 ‘긴급조치’ 선포

입력 2020-10-15 15:36 수정 2020-10-15 17:16
태국 반정부 시위대가 지난 14일 방콕 거리에서 수티다 왕비와 디빵꼰 왕자가 탄 차량을 향해 저항을 뜻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퇴진과 왕실 개혁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고조되자 태국 정부가 비상조치를 선포하며 진압에 나섰다. 태국 정부는 5인 이상 집회를 금지하고 시위 주동자를 체포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로이터통신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15일 국영방송을 통해 ‘긴급 칙령(emergency decree)’을 내렸다. 칙령은 5인 이상 모이는 집회를 금지하고 국가 안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보도와 온라인 메시지 유포를 금지했다. 또 총리실 등 태국 당국이 지정한 장소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칙령은 태국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4시 발효됐다.

태국에서는 지난 7월부터 짠오차 총리 퇴진과 왕실 개혁 등을 요구하는 학생 주도 집회가 이어져 왔다. 지난달 19일 왕궁 인근 사남 루엉 광장에서 3만여명이 참석한 집회가 열려 2014년 군부 쿠데타 항의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지난 14일에는 왕궁과 가까운 민주주의 기념탑 인근에서 2만명이 집회를 벌였다. 특히 이날 집회에서는 외부 일정 참석차 거리를 지나던 수티다 왕비와 디빵꼰 왕자의 차량 행렬이 시위대 때문에 늦춰지는 일도 벌어졌다. 일부 시위대는 왕비와 왕자를 향해 미국 SF소설 ‘헝거 게임’에서 저항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나가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태국 정부는 칙령에서 “일부 집단이 불법 집회를 소집, 선동하고 있다”며 “공공의 평화와 질서를 해치는 행위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폭력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판단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 이는 정부의 안정과 안전, 국유재산, 공무원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헌법이 보장한 평화 시위로 더 이상 간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방콕 경찰 당국은 정부의 칙령 발표 직후 6개 중대를 동원해 총리실 바깥에서 밤샘 시위를 하던 집회 참석자를 해산하고 이들 중 20명을 체포했다. 체포된 사람들 중에는 인권변호사로서 집회를 주도한 아논 남빠 등 반정부 세력 지도부 4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반정부 단체 측은 정부의 집회 금지 방침을 어기고 시위를 계속 이어갈 방침으로 알려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