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한국 재정준칙, 국가등급에 직접 영향주는 요소 아냐”

입력 2020-10-15 15:35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최근 한국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재정준칙’이 국가신용등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S&P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 신용평가팀의 킴엥 탄(Kim Eng Tan) 상무는 15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신용평가’를 주제로 열린 온라인 세미나에서 “한국 정부가 채택한 재정준칙은 국가 신용등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니다”며 “그 이유는 재정준칙이 현재나 2~3년 안에 부채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5일 ‘한국형 재정준칙’을 발표했다. 2025년부터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60%를 넘거나 GDP 대비 재정적자비율이 -3%를 밑돌지 않도록 의무적으로 관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탄 상무는 “재정준칙 자체가 부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국가신용등급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본다”며 “오히려 이 준칙은 한국 정부가 재정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를 보여준다. 선제적이고 투명한 접근법을 취한다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탄 상무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국가채무 관리 한도를 설정한 다른 국가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막상 그(시행) 시점이 되니 재정준칙을 변경하거나 법규를 변경해서 해당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며 한국 정부가 재정준칙을 일관성있게 추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그는 기재부의 예상대로 202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가 60%에 이르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평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만약 국가부채가 60%에 도달한다고 하면 실제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의 요소가 조금 악화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 상무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총합 부채(국가채무)만 갖고 국가신용등급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며 전체 부채를 더욱 상세한 내역으로 나눈다“며 연기금, 사회보장기금(Social security fund), 국민연금 등을 부채 외에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꼽았다.

이어 그는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이런 재정적인 요소 외에도 전반적인 경제상황이나 대외적 수지 등의 변수가 많이 기여한다”며 “설사 재정 관련 지표가 조금 안좋아진다고 하더라도 기타 다른 변수가 변경되지 않는다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에 큰 약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탄 상무는 또 “S&P가 특정 국가에 대해 적절한 부채 수준을 할당하거나 정해놓은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S&P는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탄 상무는 “미국에서 연내 5000억 달러 부양 패키지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연내에 합의된다면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이고 연내에 합의되지 않으면 내년도 경제 전망에 대한 하방 요인이 될 것이다”며 “미 대선 이후 더욱 큰 규모의 패키지가 구성될 수 있는데 이는 한국 수출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대(對)중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 증가한 반면 대미 수출은 약 10% 증가하면서 미국이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를 가정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경제적인 불안정성을 가져오는 관세 인상 횟수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훨씬 덜할 것이며 더욱 다자주의적인 접근법을 취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탄 상무는 “바이든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재협상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노동·환경 기준 등에 있어서 미국이 다시 주도하겠다는 언급을 한 바 있다. 이런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 더욱 긍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S&P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0.9%, 내년에는 3.6%로 전망했다. 숀 로치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태지역의 2021년 성장률은 다른 지역을 웃돌고, 한국 역시 시장 전망치를 웃돌 것이다. 다만 코로나19가 없었다면 달성했을 고용 수준을 회복하는 데에는 수년이 걸릴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고용 회복이 더뎌 소비의 지속적 약세 등으로 중앙은행이 2023년까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