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상륙부대 들러 “전쟁 준비” 지시… 인민일보 “전쟁 나면 대만 때문”

입력 2020-10-15 14:54 수정 2020-10-15 16:06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3일 광둥성 차오저우시에 주둔하는 육전대(해병대격) 부대를 방문해 훈시하고 있다. 대만 문제로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시 주석은 선전 경제특구에 방문하기 전 상륙작전을 수행하는 특수부대를 방문했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4일 광둥성 선전시 경제특구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하루 전 먼저 들른 곳이 있다. 차오저우시에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PLA) 해군 소속 육전대(해병대격) 부대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전쟁 준비에 전념하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육전대가 전투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합동작전 훈련을 늘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PLA 해군 소장 출신의 군사 전문가 리제는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대만 통일 계획에서 수륙양용 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육전대 임무 중 한 부분에 불과하다”며 “육전대의 또 다른 다른 임무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전초기지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규모 뿐 아니라 현대전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육전대의 기원은 국공내전 이후 대만 점령을 위해 조직된 수륙양용 작전부대다. 1957년 해체됐다가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의 결정으로 1979년 부활했다. 시 주석 집권 후 대대적인 군 개혁 과정에서도 육전대는 유일하게 확대 개편됐다. 2017년 2만명 수준이던 육전대 규모는 현재 약 4만명으로 추산되고 앞으로 10만명까지 증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방송도 시 주석 행보에 주목했다. CNN은 “시 주석의 부대 방문은 대만 문제와 코로나19 대확산으로 미·중간 긴장이 수십년만에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대만 문제는 군사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대만 독립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는 중국을 향해 보란 듯이 대만 요새화를 지원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정부는 대만에 크루즈미사일과 드론, 지뢰 등으로 구성된 7종의 첨단무기 판매를 추진 중이다.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인 슬램이알(SLAM-ER), F-16 전투기 부착용 데이터 링크, MQ-9 리퍼, 하푼 대함 미사일 등 5종에 대해선 미 정부가 의회에 판매 승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더해 상륙 저지를 위한 수중 기뢰, 대전차 미사일 등 다른 무기에 대한 판매 승인 절차도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과 대만 양쪽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천둥 2020’ 작전으로 적발한 대만 분리주의 세력의 조직적인 간첩 활동을 다룬 특집 기사를 내보내는 등 경계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논평에서 “차이잉원 당국의 지시 아래 대만 정보기관은 분리세력의 선봉에 섰다”며 “양안(중국과 대만) 모두 무력 충돌이 일어나기 바라지 않지만 만약 전쟁이 발발하면 그것은 모두 대만 독립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만에 정식으로 알린다. 불장난은 죽음을 자초하는 길”이라며 “사전에 경고하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사전에 경고하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勿谓言之不预也)’는 표현은 중국이 쓰는 외교 용어 중 매우 높은 수위에 해당한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이 문구는 청나라 때 쓰던 말로 군사작전에서 발포 전 하는 가장 엄중한 경고문이었다. 1962년 중국·인도 국경 전쟁, 1978년 중국·베트남 전쟁 직전 중국 관영매체에 등장했다. 그만큼 중국이 대만의 독립 움직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