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무혐의’ 박진성 시인, “조용히 삶 마감” 글 남기고 잠적

입력 2020-10-15 14:28
박진성 시인 페이스북

2016년 ‘문단 내 성폭력’ 이슈가 불거질 당시 이름이 나왔다가 검찰에서 혐의를 벗은 시인 박진성 시인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연락이 두절됐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전날 오후 11시 40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매년 10월만 되면 정수리부터 장기를 관통해서 발바닥까지 온갖 통증이 저의 신체를 핥는 느낌. 정말 지겹고 고통스럽다”며 “제가 점 찍어둔 방식으로 아무에게도 해가 끼치지 않게 조용히 삶을 마감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어 “단지 성폭력 의혹에 휘말렸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잃는 사태가 저에게서 끝났으면 좋겠다”며 “어떤 의혹과 의심과 불신만으로 한 사람이 20년 가까이 했던 일을 못하게 하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해당 게시물을 본 이들이 박씨 소재지인 대전지방경찰청에 10여건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진성 시인 블로그(왼쪽)와 페이스북 게시글 전문(오른쪽)

박씨는 블로그에도 “술이나 한잔 하시지요”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미칠 것 같다” “너무 외롭고 두렵다” 등 박씨의 고통이 고스란히 드러난 글에는 “떠나지 말아 달라” “전화 좀 켜 달라” “무사히 돌아와 주세요” 같은 박씨를 응원하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대전 동부경찰서는 여성·청소년 팀을 중심으로 박씨 가족 등을 접촉하며 추적 수사하고 있으나 현재 박씨의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상태이기 때문에 행방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씨는 2017년과 2018년에도 신변을 비관하는 듯한 동영상 등을 인터넷에 남기고 사라졌다가 이후 병원 등에서 행방이 확인되기도 했다.

황금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