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좀비’ 정찬성(33·코리안좀비MMA)이 ‘T-City’ 브라이언 오르테가(29·미국)를 물리치고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2·호주)와의 UFC 페더급 타이틀전을 치를 수 있을까.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미국 ESPN과의 인터뷰에서 이 경기 승자가 볼카노프스키와 타이틀전을 치를 도전자가 될 거라고 15일(한국시간) 공언했다.
화이트 대표는 “이 경기는 오래 전에 열려야 했고, 여기까지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두 선수 대결의 승자가 타이틀 도전권을 가져간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정찬성은 지난 8월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UFC로부터 오르테가전을 이길 경우 타이틀에 도전할 수 있단 약속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지만, 화이트 대표의 입을 통해 타이틀 도전 여부가 명확하게 드러난 건 처음이다.
군 입대 이전 조제 알도(34·브라질)와 한 차례 타이틀전 기회를 받았던 정찬성은 이 경기에서 선전했지만 경기 중 어깨가 탈골되는 불의의 부상을 입어 챔피언이 될 기회를 잃었다. 어느덧 33세가 된 정찬성에게 이번 기회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18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야스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나이트 180 메인이벤트 오르테가와의 맞대결이 어느 경기보다도 중요한 이유다.
두 선수는 사실 지난해 12월 UFC 부산 대회에서 만났어야 했다. 하지만 오르테가가 연습 도중 무릎 부상을 입으면서 경기가 무산됐다. 정찬성은 대신 나선 프랭키 에드가를 상대로 1라운드 3분 18초 TKO 승리를 거뒀지만, 오르테가와의 관계는 계속해서 악화됐다.
정찬성은 새 소속사 AOMG와 계약하면서 대표 박재범에 통역을 맡겼는데, 오르테가는 박재범이 정찬성의 발언을 왜곡해서 통역해 자신과 정찬성의 사이를 이간질한다며 분노했다. 특히 박재범이 부상을 입어 UFC 부산 대회에 나서지 못한 오르테가에 “도망갔다”는 식으로 말한 데 대해 심기가 불편해졌던 걸로 알려졌다.
오르테가가 지난 3월 미국 UFC 248에 게스트 파이터로 참석해 정찬성이 자리를 비운 사이 박재범의 뺨을 때리면서 선수들 간 관계는 더 악화됐다. 오르테가가 나중에 사과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정찬성은 “네 얼굴을 피범벅으로 만들겠다”며 강한 도발을 이어갔다.
페더급 랭킹 4위 정찬성과 2위 오르테가의 경기는 이처럼 그동안 두 선수가 이어온 갈등 상황에 이제 ‘타이틀 도전권’이란 명분까지 추가되며 어느 때보다 격투기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두 선수는 이번 대결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정찬성은 에디 차 코치를 통해 미국의 선진 격투기 훈련을 접목하면서 오르테가만을 위한 ‘맞춤형’ 준비를 끝마쳤고, 오르테가도 자신의 코치진을 물갈이하면서 무에타이 타격을 연마하기도 하는 등 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오르테가는 정찬성에 비해 스탠딩 타격 실력에서 떨어진단 평이 많다. 최근 물오른 타격 감각을 보여주고 있는 정찬성으로선 주짓수 블랙벨트 중에서도 실력이 뛰어난 오르테가가 그라운드에서 승부를 보려 하기 전에 타격을 적중시키는 게 승리를 위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