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토착왜구 논쟁? 국어 공부한 사람은 다 안다”

입력 2020-10-15 11:29 수정 2020-10-15 14:22
조정래 작가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정래 작가가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 발언으로 불거졌던 ‘토착왜구·친일파’ 논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조 작가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 12일 있었던 기자간담회 답변 상황을 회상하며 정치권으로까지 번진 이번 소모적 논쟁을 불편해했다. 당시 그는 책 ‘반일종족주의’를 쓴 이영훈 서울대 교수의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 교수는 조 작가의 작품 ‘아리랑’이 사실을 왜곡했다는 식의 주장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조 작가는 “토착왜구라고 불리는,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되어버린다. 민족 반역자가 된다”며 “일본의 죄악에 대해서 편들고 왜곡하는, 역사를 왜곡하는 그자들을 징벌하는 새로운 법을 만드는 운동이 지금 전개되고 있다. 제가 적극 나서려 한다”고 답했었다. 이후 일부 언론이 주어를 생략한 채 ‘일본 유학을 다녀오면 친일파가 된다’는 문장을 강조해 보도하면서 논란이 됐다.

조 작가는 “‘토착왜구’라는 주어부를 빼지 않고 그대로 뒀다면 이 문장을 가지고 오해할 이유가 없고 국어 공부를 한 사람들은 다 알아듣는 이야기”라며 “우리가 토착왜구라 부르는 사람들은 일본에 유학을 갔거나 연수를 갔다가 일본과 접촉하고 돌아와서 변질돼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착왜구로 불리지 않은 사람들은 해당이 없다. 일본 유학 갔다 와서 민족의식과 역사의식이 더 강화된 분들도 많다. 그분들은 토착왜구가 아니다”며 “해석이 정확하게 되기 때문에 (기자간담회) 현장에서는 더 이상 질문이 나오지 않았고 다 고개를 끄덕이고 수긍했다”고 말했다.

또 토착왜구 발생 시기를 일제강점기만으로 한정한 것은 아니라며 “토착왜구로 지칭돼 문제를 일으키는, ‘반일종족주의’를 쓴 사람들은 일제시대 활동한 사람들이 아니지 않나. 해방 이후 지금 성장하고 교육받은 사람이라 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희 아버님도 일본에 유학 가 불교 연구를 하고 돌아오셨다. 만해 한용운 선생과 함께 300여명의 승려 집단을 모아 비밀결사 단체를 만들었다”며 “아버지는 거기서 재무위원을 했다. 그렇게 일본 유학을 다녀와 민족·역사 의식이 강화되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토착왜구짓을 하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비극적 사회 현상이 벌어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잠시라도 기분이 언짢았거나 마음에 상처를 받으신 분들이 있다면 제가 오늘 이 자리를 빌려 신문을 대신해 우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겠다. 마음 언짢은 걸 푸시고 제 진의를 제대로 읽어주시기 바란다”며 “정치권에서도 제게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채 신문에 보도된 것만 가지고 말을 하니 시끄러워지더라. 저를 비난하고 심지어 대통령 딸까지 끌어다가 조롱한 진중권도 사실 확인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조 작가의 발언이 기사화되자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 따님도 일본 고쿠시칸대학에서 유학한 것으로 안다. 곧 조정래 선생이 설치하라는 반민특위에 회부돼 민족반역자로 처단당하겠다”며 “시대착오적인 민족주의 안에 잠재된 극우적 경향이 주책없이 발현된 것이라고 본다. 종전 70년이 다 돼가는데 이분의 영혼은 아직 지리산 어딘가를 헤매는 듯”이라는 글을 썼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내 “이론도 없고 소신도 없는 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예의마저 없다. 말 한마디 한마디를 언론이 다 받아 써주니 살맛이 나느냐”며 “조정래 선생의 말씀이 다소 지나쳤다 하더라도 그런 식의 비아냥이 국민과 함께 고난의 시대를 일궈 온 원로에게 할 말인가. 품격은 기대하지도 않겠다. ‘예형’(중국 후한의 독설가)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 그리하라”고 비판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