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교도소 1기 운영자 “형량조정 필요 느꼈다”…檢 송치

입력 2020-10-15 10:42 수정 2020-10-15 10:52
사진=연합뉴스

성범죄자 등 개인 신상을 무단으로 공개한 혐의로 구속된 디지털교도소 1기 운영자 A씨가 검찰에 송치됐다.

대구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A씨에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 등을 적용해 대구지방검찰청에 구속 송치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부터 디지털교도소 사이트와 인스타그램 계정 등을 개설·운영하며 디지털 성범죄, 살인, 아동학대 등 사건 피의자 신상정보와 법원 선고 결과 등을 무단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그가 신상정보 등을 무단 게시한 176명(게시글 246건) 가운데 신상정보 공개 대상자 등을 제외한 피해자 156명(게시글 218건)에 대한 명예훼손 등 혐의가 있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A씨는 이날 검찰 송치 직전 대구경찰청에서 디지털교도소 운영을 왜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성범죄라든가 진화형 범죄에 대한 형량 조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허위 사실이 몇 번 나오면서 자격을 상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주홍글씨’와는 관계없다”며 “혼란을 줘서 죄송하다”고 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3월께 텔레그램 n번방에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며 일명 ‘박사’라고 불린 조주빈이 경찰에 붙잡힌 기사를 보고 이를 알리기 위해 인스타그램 ‘n번방(nbunbang)’을 최초 개설했다.

이후 A씨는 성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해 팔로어가 빠르게 늘자 기사 검색과 제보를 토대로 다른 피해자들의 신상정보도 올리기 시작했다.

그는 피해자 신고로 계정이 삭제되자 새로 계정을 개설했고, 이후 타인이 게시글을 삭제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디지털교도소를 운영했다.

A씨는 또 제보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텔레그램, 카카오톡, 디지털교도소 제보게시판, 인스타그램 DM, 이메일을 활용했으며 게시글을 올리기에 부족한 경우 확보된 개인정보를 토대로 SNS 검색 등을 통해 추가 정보를 얻었다.

해외 도피생활을 하던 A씨는 지난달 22일 베트남에서 검거된 뒤 14일 만에 국내로 송환됐다.

디지털교도소는 지난달 8일 폐쇄됐다가 사흘 뒤 2기 운영자가 운영을 재개했으나 A씨 송환 후 다시 폐쇄되고 운영자는 잠적했다.

경찰은 2기 운영자가 텔레그램 ‘주홍글씨’ 운영자 또는 관련자인 것으로 보고 그를 쫓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송치 후에도 별건의 범죄사실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는 한편 피의자에게 정보를 제공한 이들에 대해서도 개인정보 수집·제공 경위를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