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 배경 옛 인화학교 장애인 시설 탈바꿈.

입력 2020-10-15 10:16

장애인 성폭력 문제를 다룬 영화 ’도가니’의 배경이 된 옛 광주 광산구 삼도동 옛 인화학교 부지에 장애인 종합 수련시설이 들어선다. 사립 청각장애인 특수학교인 옛 인화학교는 지난 2012년 2월 말 폐교됐다.

광주시는 “국비와 시비 등 371억원을 들여 옛 인화학교 1만8000㎡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수련시설을 건립한다”고 15일 밝혔다.

옛 인화학교는 장애인 숙박·체험 시설과 함께 힐링 숲, 공원 등으로 탈바꿈한다. 시는 장애인들에 대한 무차별적 성폭력 문제가 불거져 문을 닫은 인화학교를 장애인 교육·재활 시설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장애인 단체 등의 의견수렴 이후 타당성 조사, 국비확보, 안전진단 등을 거쳐 현재 건축 설계절차를 밟고 있다.

시는 내년 하반기 착공해 2023년 완공 예정인 장애인 수련시설에 청각·언어 장애인 복지관도 세우기로 했다.

옛 인화학교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교장과 교직원 등이 7세부터 22세의 남녀 장애인들을 학대하거나 성폭행하는 사건이 불거졌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에 이어 같은 이름의 영화로 제작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를 계기로 장애인과 13세 이하 아동을 성폭력할 경우 최고 무기징역으로 처벌하고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일명 도가니법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2011년 10월 국회를 통과했다.

같은 해 9월 개봉된 영화 도가니는 460여만명이 관람했다. 경찰은 국민적 비판여론이 빗발치자 옛 인화학교 사건을 전면 재수사해 당시 행정실장 김모씨 등이 징역 8년형을 선고받도록 했다.

시는 인화학교 폐교로 갈 곳을 잃은 청각·언어 장애인을 위한 복지관을 별도 건립한다고 밝혔다.

북구 양산동 옛 근로청소년복지회관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수어교육실, 언어치료실, 청력검사실, 직업재활실, 인권 상담실, 보호실 등을 갖춘 복지관을 신축한다.

이를 위해 광주시의회의 공유재산 관리계획 의결을 받아 옛 근로복지회관을 철거하고 설계 작업에 들어간 뒤 2022년 공사에 들어가 2024년까지 공사를 마치기로 했다.

이와 함께 1988년 건립돼 시설이 노후한 북구 동림동 장애인종합복지관은 299억원을 들여 2023년까지 재건축한다는 방침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옛 인화학교 부지 활용 방안을 고심한 끝에 수련시설로 전환하기로 했다”며 “장애인 수련 시설과 함께 복지관을 신축해 청각·언어 장애인들에게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