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있던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표현 빠져
에스퍼 국방장관, 또 한국에 방위비 인상 압력 가해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도 이견…기자회견도 돌연 취소
한·미 국방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에서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 회의를 가진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표현이 사라졌다.
우리 국방부는 기존대로 해당 문구를 올해 공동성명에도 넣을 것을 제안했지만 미국이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15일 서울에서 개최됐던 SCM 회의 이후 한·미는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고 전투준비태세를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이번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또다시 공개적으로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력을 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방위비 증액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해 주한미군 주둔 문제를 방위비와 연계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시 작전통제권의 한국 전환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미 국방장관 사이에 시각차가 드러났다.
서욱 국방장관과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미국 국방부에서 제52차 SCM)를 가졌다. 이번 SCM를 통해 한·미 사이의 위기신호가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에스퍼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우리의 공동방위 비용에 대해 더 공평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그것이 불공평하게 미국 납세자들에게 지워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또 “미국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다른 동맹국들뿐만 아니라 한국도 우리의 집단 안보에 더 많이 기여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보장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의 합의에 도달할 필요성에 모두 동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에스퍼 장관은 비공개로 진행된 SCM 회의에서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발언을 통해 공개적으로 한국에 방위비 인상 압력을 가한 것이다.
올해 SCM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표현이 빠진 것은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이 표현은 해마다 SCM이 끝난 이후 공동성명에 들어가 있던 단골 문항이었다. 그러나 올해 공동성명에는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의 무력분쟁 방지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지속 수행할 것임을 재확인했다”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우리 국방부 관계자는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표현이 사라진 것과 관련해 “병력 감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표현은 바뀌었지만, 비약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에 대해서도 한·미 국방수장 간 이견이 노출됐다. 서 장관은 SCM 모두발언에서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조기에 구비해 한국군 주도의 연합방위체제를 빈틈없이 준비하는 데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에스퍼 장관은 “전작권의 한국 사령관 전환을 위한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SCM 회의 이후 열리기로 예정됐던 공동 기자회견도 갑자기 취소됐다. 미국 측의 사정으로 기자회견이 취소됐으며 미국은 한국 측에 양해를 구했고, 한국은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