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빈 같을 수 없어” 김태형 감독 신뢰에 화답한 정수빈

입력 2020-10-15 06:30
두산 베어스 8번 타자 정수빈. 연합뉴스

정수빈(30·두산 베어스)의 빠른 발이 빛났다.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53)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최근 주루에 적극적인 중심타자 김재환(32)에 대한 질문을 받고 특유의 무심한 화법으로 “자기가 정수빈도 아니고…”라며 말끝을 흐려 내심 흐뭇한 기분을 드러냈고, 동시에 정수빈의 주루 능력을 치켜세웠다. 정수빈은 결정적인 도루와 홈을 파고든 전력 질주로 김 감독에게 화답했다.

두산은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 홈경기에서 한화 이글스를 2대 1로 이겼다. 정수빈은 두산의 8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이 경기에서 7회말 볼넷으로 출루한 뒤 도루로 직접 진루하고, 후속타자 김재호의 좌익수 오른쪽으로 떨어진 1루타 때 전력으로 질주해 홈을 밟아 결승점을 뽑았다.

이전까지 1-1로 맞선 승부는 예측이 불가했다. 같은 회 두산 7번 타자 박세혁의 번트가 높이 떠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히고, 1루 주자였던 박건우가 도루를 시도하다 태그아웃을 당해 공격이 침체되던 차였다. 이때 타석을 밟은 정수빈은 4구 연속 볼을 골라내 1루로 나간 뒤 김재호가 2구째 볼을 골라낸 순간에 2루로 질주해 안착했다.

두산 베어스 팬들이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한화 이글스와 가진 2020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 홈경기를 관전하며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수빈이 만든 득점권 기회에서 한화 수비는 흔들렸다. 김재호의 타구는 외야에서 잡힐 수 있는 궤적으로 날아갔지만, 한화 수비진의 사인이 맞지 않으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때 정수빈은 홈으로 파고들어 득점했다. 김 감독의 경기 전 발언에 힘을 얻은 듯 정수빈은 주루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모두가 정수빈처럼 빠를 수 없다”던 김 감독의 말도 결국 적중한 셈이 됐다.

두산 선발투수 크리스 플렉센은 6이닝 동안 111구를 던지며 3피안타 2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1회초 1점을 내준 뒤로 5이닝을 실점 없이 틀어막았지만, 타선에서 1점만 지원을 받아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