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패의 위기를 탈출한 한화 이글스가 올 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 완주를 앞두고 또 하나의 난관에 부딪혔다. 전력에서 이탈한 부상자의 시즌 중 복귀가 사실상 무산돼 뒷심을 발휘할 동력을 끌어내지 못하게 됐다.
우완 투수 장시환을 부상으로 잃은 상황에서 이미 두 달 전에 다쳐 재활 중인 간판타자 김태균과 내야수 정은원의 복귀가 어려울 것이라는 최원호 감독대행의 전망이 나왔다. 한화는 이제 11경기를 남겼고, KBO리그 통산 한 시즌 최다 패를 경신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최 감독대행은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으로 찾아가 두산 베어스와 대결한 2020시즌 KBO리그 원정경기를 앞두고 김태균·정은원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2군에서) 정상적으로 훈련하고 경기해야 돌아올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남은 일정이 많지 않아 리그 종료 전에 1군으로 복귀하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두 선수가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몸을 만드는 체력훈련 위주로 진행하면서 낮은 강도로 기초적인 스윙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균은 지난 8월 16일 왼쪽 팔꿈치 충돌 증후군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실전을 소화하지 못했다. 정은원은 이보다 하루 앞서 투구에 맞은 왼쪽 손목의 뼛조각 파열로 치료를 받고 재활 중이다. 공교롭게 같은 달 말 한화 2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선수들이 격리돼 김태균과 정은원의 훈련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김태균과 정은원은 팀 타율 최하위로 부진한 한화 타선에서 종종 중요한 순간에 위력을 발휘하는 타자들이다. 김태균은 2001년 데뷔한 뒤 통산 타율 0.320에 1358타점을 수확한 한화 타선의 간판. 정은원은 올 시즌 8차례 찾아온 만루 기회에서 2차례 안타를 치고 3차례 볼넷을 골라 8타점을 쌓았다. 시즌 완주를 앞두고 선수 한 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김태균·정은원의 공백은 최 감독대행에게 작지 않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한화의 전력 누수는 마운드에서도 발생했다. 장시완은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기 위해 지난 13일 1군에서 말소됐다. 올 시즌 26경기에서 132⅔이닝을 74자책점으로 막고 4승 14패 평균자책점 5.02를 기록한 장시환의 성적은 부진한 팀 상황을 고려하면 준수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는 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와 2002년 롯데 자이언츠가 보유한 KBO리그 사상 한 시즌 최다 패에 도달하지 않고 올 시즌 꼴찌에서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날 두산에 1대 2로 역전패해 전적 43승 88패 2무를 기록했다. 승률은 0.331에서 0.328로 내려갔고, 순위는 여전히 가장 낮은 10위다.
한화는 팀당 144경기를 편성한 올 시즌 KBO리그에서 이제 11경기만을 남기고 있다. 시즌 막판 승수를 늘려 이제 전패를 당해도 100패에 도달하지 않지만, 프로야구 사상 한 시즌 최다 패를 초월하는 98패의 암운을 아직 걷어내지 못했다. 최다 패 경신을 면하기 위해서는 2승, 타이기록을 쓰지 않으려면 3승이 필요하다.
최 감독대행은 “선수들이 경기마다 최선을 다해 기량을 쌓고, 강한 마음을 끝까지 가지기를 개인적으로 바라고 있다. 패배해도 한 경기, 한 경기를 타이트(충실)하게 펼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철오 김용현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