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는 풍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전문 중견 기업이다. 당기순손실이 2018년부터 매년 144억원, 41억원 발생해 지난 6월 기준 나이스신용평가서 장기신용등급 ‘BB-(부정적)’를 받았다. 주가는 지난 3월 570원으로까지 떨어졌다.
이랬던 A사의 주가가 지난달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이 참여하는 한국판 뉴딜펀드, 뉴딜금융’ 보고회 다음날 상한가 30%에 도달해 5980원까지 올랐다. 그다음 장이 열린 7일에는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 8일 7150원까지 상승했다. 6개월 만에 주가가 12배 가까이 폭등한 것이다.
A사는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보고회에 화상 참석했다. 지난해에만 1만1000여개 풍력타워를 납품하며 세계 점유율 1위로 올라선 중견업체와 국내 유일 해상 풍력발전기 제조사인 모 대기업도 참석하지 못한 자리에 A사 대표만 참여한 것이다. 보고회는 10대 금융지주 회장단과 정책금융기관장, 대형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대부분이 참석하는 역대급 금융권 회의였다.
A사의 ‘반전’은 국민연금공단의 투자 이후 이뤄졌다. 앞서 정부는 170조원에 달하는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를 조달하겠다고 발표하며 재원 조성 방안으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발맞춰 국민연금공단은 4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했고 이 자금 일부는 위탁운용사의 신재생에너지 사모펀드를 거쳐 국민연금공단 지분 70%로 구성된 투자목적회사 B사를 설립하는 데 쓰였다. B사는 지난 8월 A사의 최대 주주 지분 전량인 13.9%를 198억원에 매수했고 이어 A사가 발행한 전환사채 300억원도 인수했다.
정·재계에서는 A사의 변신에 지방 C상고의 막강한 ‘인력풀’이 가동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한다. A사의 대표이사인 D씨는 C상고 출신으로 과거 불법대선자금 사건과 관련된 썬앤문그룹 이사로 활동한 바 있다. 2012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 대선 캠프 경제고문이자 C상고 출신인 E씨는 국민연금공단 내 관련 핵심 인사를 자신의 금융지주그룹 사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국정감사 질의에서 국민연금기금 운용 규정에 따른 운용사 선정 단계별 평가 결과 등 자료를 공개하라고 국민연금공단에 촉구했다. 이 의원은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건으로 사모펀드를 통한 대국민 사기극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민연금공단의 A사 투자는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며 “국민의 노후 자금인 연금이 인맥 또는 정치적 외압에 특정 업체 투자로 이어졌다는 의심이 제기되는 만큼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