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은 왜 김정은을 ‘최고사령관’ 아닌 ‘총사령관’으로 불렀나

입력 2020-10-15 05:00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이 10일 자정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이 아닌 ‘공화국 무력 총사령관’으로 호칭했다. 북한은 또 군 장성을 ‘장군’으로 불렀다. 김 위원장이 모든 ‘무력’을 총괄하고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더욱 강조하는 한편 국제적 흐름에 맞는 호칭 변화라는 평가다.

조선중앙TV가 지난 14일 중계방송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영상 등에 따르면 북한은 김 위원장을 ‘우리 무력의 총사령관 동지’라고 표현했다. 조선중앙TV는 “우리 무력의 총사령관 동지를 육·해·공군 장군들이 맞이했다”며 “김정은 동지께 군 장군들은 다함없는 흠모심을 안고 최대의 경의를 드렸다”고 전했다.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해 4월 김 위원장의 군 지위를 ‘군 최고사령관’에서 ‘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으로 격상했었다. 다시 18개월 만에 ‘공화국 무력 총사령관’으로 김 위원장을 부르는 호칭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15일 “김 위원장이 모든 무력을 관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호칭으로 보인다. 영토 내 모든 무력을 총괄하는 사람이 김 위원장이라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전체 무력을 총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는 뜻이다. 홍 실장은 “김 위원장 지위가 바뀐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당창건 75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회색 양복을 입은 김정은 위원장이 총을 든 사열대 앞을 지나며 오른손을 들어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4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하며 김 위원장을 공화국 무력 총사령관으로 규정했다. 북한 사회주의 헌법 6장 제2절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103조를 보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무력 총사령관으로 되며 국가의 일체 무력을 지휘·통솔한다”고 적혀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은 군 장성을 장군으로 호칭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통상 군 장성급 인사는 ‘장성’ 또는 ‘장령’으로 불렸었다. 북한에서 장군은 김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 주석의 부인 김정숙 여사만 쓸 수 있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북한 조선말대사전은 장군이라는 단어를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 김정숙 어머님의 존함과 함께 쓰이는 존칭의 한 가지”라고 정의하고 있다.

‘보통 국가’를 지향하는 김 위원장의 의중에 따라 이 같은 호칭 변화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김 위원장이 국제적인 추세에 맞게 호칭 변화를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장군이라는 표현을 이른바 ‘백두혈통’ 중 몇 사람이 독점하는 비정상적 행태에 변화를 줬다는 뜻이다. 홍 실장도 “장군이라는 표현을 더 이상 최고지도자가 독점하지 않고 다른 국가들처럼 보편화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미사일 정책을 총괄하는 전략군사령관이 김락겸에서 김정길로 교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한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을 다루는 북한군 전략군사령부의 사령관도 김락겸 대장에서 김정길 상장으로 교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중앙TV는 “사령관 김정길 상장이 지휘하는 전략군 종대”라고 소개하며 김 위원장 등이 있는 주석단을 향해 경례하는 김정길의 모습을 전했다.

전략군은 2014년 창설된 북한군 조직으로, 단·중·장거리 미사일부대를 지휘·통제한다. 사령부 예하 9개 미사일여단을 편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열병식에서 공개된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한판 에이태킴스(ATCMS) 및 이스칸데르 등이 모두 전략군 소관이다.

이에 따라 김정길이 이번 열병식에서 새로 공개된 신형 ICBM 개발 성과를 인정받으면서 사령관 직을 꿰찬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