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의 도심에서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과 군주제 개혁 등을 촉구하는 반정부 집회가 열렸다. 지난달 19일 대규모 집회 이후 한 달 만이다.
로이터 통신 등은 14일 왕궁으로 통하는 랏차담넌 거리에 있는 민주주의 기념탑에서 반정부 집회가 열렸고 반정부 단체들이 전국적인 총파업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반정부 집회는 1973년 10월 14일 민중봉기를 기념하는 차원이다. 지난달 집회에는 3만명가량이 참석해 2014년 쿠데타 이후 반정부 집회로는 최대 규모였다.
시위 참가 단체들은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퇴진, 군부 정권 제정 헌법 개정, 군주제 개혁 등을 외쳤다. 시위대는 “왕실의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면서 법정 양형 사유에 왕실 비판 혐의가 포함된 현행 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집회 종료 후 총리 퇴진을 촉구하기 위해 총리실로 행진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총리실로 향하는 길목에 이미 버스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쳐놓고 행진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집회장 인근 도로에는 왕실을 지지하는 인사들이 왕실을 상징하는 노란색 상의를 입고 모여들어 일부 집회 참석자들과 왕실 지지파 인사 간 충돌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늦은 시간엔 민주주의 기념탑 옆으로 외부 행사에 참석하는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의 차량 행렬이 지나갈 것으로 알려져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전날엔 반정부 활동가 21명이 국왕 차량 행렬이 지나가기에 앞서 랏차담넌 거리에 텐트를 치고 밤을 새우겠다면서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하다 체포되기도 했다.
시위에 참가한 한 대학생은 “(개혁은)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정치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군주제이며,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순 없다”고 말했다.
미국 CNN방송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이번 주는 헌법 개정과 의회 해산, 총리 사퇴 등을 촉구하는 시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진정한 입헌 군주제가 정착되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