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니스 업계 ‘약투’(약물 복용 고백) 운동을 시작한 박승현씨가 “다시 도핑 약물을 사용하기로 마음을 바꿨다”며 “사용한 지 약 2주째”라고 고백했다.
박씨는 13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많은 분께 실망을 줄 것을 알지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다”며 “저의 처음 약투 취지대로 쓰면 쓴다고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육체의 거대화가 내 세상이었고 평생을 바쳤다”면서 “괴물의 꿈을 결국 포기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거짓말은 나쁘다’는 저의 처음 취지와 달리 약투 운동이 약물 근절로 변하면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식약처에 자수해 죗값을 치르고, 도핑 위원회에 저의 부정행위를 알려 수상자격도 박탈당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꿈을 내려놓고 책임을 다하고 싶었다. 스스로 학대하고 고통 주는 삶이 아닌 사랑받는 유튜버로 태어나고 싶었다”며 “하지만 저는 새로운 삶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박씨는 “거울 속 작아져 가는 내 모습을 보면서 꿈을 포기한 사람이라는 좌절감이 목을 죄어왔다”면서 “지난 2년간 여러 정신병원에서 상담을 받고, 주짓수 등의 다른 종목에 빠져보려 했지만 결국 괴물의 꿈을 택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인간의 상식을 벗어난 거대한 육체 사이즈, 악에 받친 쇠를 잡고 고뇌하고 성장할 때 살아있음을 느끼고 행복하다”며 “IFBB 선수나 프로 보디빌더가 목적이 아니다. 역사상 최고 거대했던 163㎝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 “건강을 잃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내 꿈은 박수받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꿈을 향해 달려가고 싶다”고 했다. 박씨는 “실망만 주는 결과가 돼 죄송하다. 약투는 성공했다. 내가 실패했을 뿐”이라며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논란을 우려한 듯 이 영상의 댓글 사용을 막아뒀다. 구독자들은 박씨의 다른 영상을 찾아 “이제야 조금씩 건강이 돌아오고 있는데 왜 또 약물을 하느냐” “선택은 존중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좋겠다” 등의 댓글을 달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