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자산운용 사태의 ‘핵’으로 부상한 이모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둘러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옵티머스와 연루된 그가 청와대에 입성하게 된 배경에 여권 핵심 인사들과의 인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옵티머스가 무자본 인수·합병(M&A)한 선박 부품회사 ‘해덕파워웨이(해덕)’ 관계자들은 국민일보에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이 전 행정관이 청와대에 들어간다고, 본인이 꽂은 것처럼 말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14일 이 전 행정관에 대한 질의에 일절 함구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이 전 행정관에 대한 사전 검증 여부, 이 전 행정관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자체 조사 여부에 대해 “민정수석실 검증 문제 등은 저희가 확인해 드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청와대, 특히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파장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변호사인 이 전 행정관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6월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이 전 행정관은 청와대에 근무하기 직전까지 옵티머스가 인수한 ‘해덕’의 사외이사였다. 옵티머스 지분을 9.8%를 보유했다가 김재현 대표의 비서에게 차명으로 위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옵티머스가 ‘해덕’을 인수할 당시, ‘자금 세탁’ 창구로 의심받는 셉틸리언의 지분을 50%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 전 행정관은 청와대 근무 기간은 8개월에 불과하지만, 여권 핵심 인사들과 여러 교집합이 있다. 이 전 행정관은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당무감사원장을 맡았을 당시, 당무감사위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지난해 10월 이 전 행정관은 청와대에 들어와서도 김 수석 밑에서 근무했다.
이 전 행정관은 또 2016년 국정원 댓글 사건 당시 강기정 전 정무수석 등 민주당 의원들의 변호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변호인단에는 이광철 현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포함돼 있었다. 지난해 10월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당시 사모펀드에 대한 논란이 들끓었는데도 옵티머스에 연루된 이 전 행정관이 청와대에 입성한 것은 이런 인연들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 전 대표가 청와대에 입성하게 된 배경과 관련, 김재현 대표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처럼 말하고 다녔다는 주장도 있다. 김 대표는 이 전 행정관의 남편 윤석호 옵티머스 이사(수감중)의 대학 선배다.
‘해덕’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자기의 직원격인 윤 이사의 와이프가 청와대 들어간다고 M&A 상대편 쪽인 저희한테 엄청나게 유세를 떨었다”며 “본인이 청와대에 꽂았다고 자랑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그게(이 전 행정관 청와대 근무) 마치 본인이 한 일인 것처럼 이야기했다. 이런 게 신뢰를 증폭시키는 작용을 했다”고 말했다.
이 전 행정관이 청와대에 들어온 뒤에 옵티머스가 그에게 모종의 역할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이 전 행정관이 청와대로 입성한 뒤 남편인 윤 이사가 옵티머스로부터 받은 월급이 5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3배나 늘어났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서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이 전 행정관이 옵티머스의 로비 등에 직접 가담했다기보다는 남편이 일하는 옵티머스에 ‘이름’을 빌려줬다가 함께 휘말린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또 청와대에 8개월 근무한 ‘어공(어쩌다 공무원)’인 이 전 행정관이 옵티머스 관련 금융당국 조사에 영향력을 미쳤을 가능성은 낮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용현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