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망한 택배노동자 고(故) 김원종씨의 부친이 생전 소속 회사를 찾아 “마지막 희생이길 바란다”며 개선 요구 목소리를 냈다.
김씨의 부친은 14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같이 촉구했다. 김씨는 지난 8일 오후 7시30분쯤 서울 강북구에서 택배 배송 업무를 하던 중 호흡곤란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20년 경력의 택배기사인 김씨는 매일 오전 6시30분에 출근해 밤 9~10시쯤 퇴근하며 하루 평균 400여개의 택배를 배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부친은 이날 행사 전후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는 등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연신 “원종아, 원종아”라고 외치며 아들을 그리워했다.
김씨 부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기 전에 아들이 일하는 곳에 가본 적이 있다. 가봤더니 먹을 시간도 없더라”며 “코로나19 때문에 이제야 뉴스에 좀 나오는 것이지 지금까지 그런 것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먹을 시간도 없이 뛰어다니고 물을 떠서 주니 그제야 마시더라”면서 “떠놓지 않으면 물도 못 마시고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노동자의 고충을 알아달라고 호소하던 그는 “우리 아들이 마지막 희생이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먹을 시간을 달라. 대책 좀 어떻게 세워달라”고 강조했다.
또 “아들이 죽기 전날에도 오후 9시30분에야 들어왔다. 그럼 밥을, 과일을 차려놓고 기다린다”며 “그리고 씻고 어쩌고 하면 오후 11시에서 자정이 된다”고 했다. 이어 “다음 날 나가면서 뭐라고 했던 줄 아느냐. 오늘은 (오후 9시30분에 귀가했던) 어제보다 더 늦을 거라며 배고프면 먼저 밥을 먹으라고 했다. 이것이 사람이 할 노릇이냐”고 말했다.
대책위는 올해 과로로 사망한 택배노동자가 8명이며, 그중 5명이 CJ대한통운 소속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CJ대한통운이 직원인 택배노동자들의 죽음에 사과도, 그 어떤 도의적 책임과 보상도 하지 않고 있다”며 “장시간 노동의 근본 요인인 분류 작업을 개선해야 한다. 산재 적용제외 신청서도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CJ대한통운은 이런 전 국민 목소리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책임 있는 답변이 나올 때까지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 관계자와 김씨 부친 등은 이날 CJ대한통운 본사를 방문해 진정성 있는 사과와 응당한 보상,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이에 개별적 사과 의사를 표현했으며, 보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곧 찾아뵙고 상의 드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발 방지에 대해서는 시스템 혁신 작업 등을 준비 중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