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등 중국 통신업체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미국 측 요청에 우리 정부가 “민간업체가 판단할 사안”이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14일 열린 제5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를 설명하면서 “무엇을 배제한다든지 이런 형태의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태호 외교부 2차관과 키이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한 이날 협의회에서 미국은 ‘클린네트워크’ 정책의 중요성과 이에 따른 협력 요청을 언급했다. 클린네트워크는 5G통신망과 애플리케이션(앱) 등에서 미국이 보안을 문제 삼아 중국기업 제품을 배제하려는 정책이다. 특히 화웨이가 전 세계 통신망에 심은 ‘백도어’로 민감한 정보를 중국 정부에 제공하고 있다고 미국은 의심한다.
세계 각국의 동참을 촉구 중인 미 국무부는 홈페이지에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국가 명단을 게재하는가 하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키로 한 ‘깨끗한 통신업체’로 SKT와 KT를 명시했다. 미국은 마지막 남은 LG유플러스에 대해 화웨이 제품 사용 중단을 압박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 업체를 배제하라는 미국 측 요구에 “관련 법령상 특정 업체를 선택하는 것은 민간업체가 판단할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다만 5G 기술에 대한 보안 우려는 미·중 갈등과 상관없이 해소해야 할 문제란 측면에서 관계부처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미국의 중국 기업 배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화웨이와 거래를 끊으면서 반도체 부품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거래 중단으로 인해 실제 업계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 초 미국 대선을 통해 새롭게 출범할 행정부가 이 사안을 어떻게 다룰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 기업 배제가) 초당적 사안이라고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며 “SED를 기본으로 미국과 경제협력 분야를 강화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충분히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