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씨가 누나를 통해 증인 불출석 사유서를 법원에 낸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의 대리 신체검사 의혹을 제기했던 양승오(동남권원자력의학원 핵의학과 주임과장) 박사 등 피고인 측은 박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씨를 증인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14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양 박사 등 피고인 7명의 항소심 공판에서 박씨가 전날 제출한 증인 불출석 사유서의 내용을 일부 밝혔다. 박씨는 “현재 영국에 있다” “본인의 증언과 피고인들의 유무죄 여부는 무관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이날 법정에서는 박 전 시장의 장녀 다인씨가 주신씨를 대리해 이 사유서를 제출한 사실이 공개됐다.
피고인 측은 거세게 반발했다. 양 박사 측 변호인은 “박씨는 증인신문 및 신체검증 채택에 대해선 아무 말도 없이 주관적 이유만으로 불출석하겠다고 통보했다”며 “국제사법공조를 통해 영국에서 신체검증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히 이 변호인은 박 전 시장의 부인 강씨를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강씨가 대리신검 의혹에 대해 아는 사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박씨의 영국 주소지와 근무 중인 회사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였다.
다른 변호인은 “박씨가 이미 출국했음에도 증인신문기일 하루 전 불출석 사유서를 낸 건 대한민국 사법부를 우롱한 것”이라며 “사법공조를 통해 박씨를 다시 소환해달라”고 했다. 한 피고인은 “판사님도 무책임하다. 지난번에 구인장을 발부했으면 출국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 측에 “박씨 증인신문 없이 재판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박씨의 증인신문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박씨에게 과태료를 부과해달라는 변호인 요청에 대해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8월에도 증인신문기일 전날 불출석 신고서를 내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공판기일이 박 전 시장의 49재와 겹쳤다는 이유였다. 양 박사 등 피고인들은 박씨의 대리신검 의혹에 대한 증인신문과 신체검증 없이는 재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 박사 등은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씨가 대리신검을 했다는 허위사실을 공표해 박 전 시장을 낙선시키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1심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1심은 박씨의 증인신문과 신체검증 없이 별도의 감정위원회를 운영해 양 박사 등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1인당 벌금 700만~1500만원을 선고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