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베를린 소녀상 철거, 역사의 죄인 되는 것”

입력 2020-10-14 15:27 수정 2020-10-14 15:35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는 14일 “세계 양심의 수도 독일 베를린에서 평화의 소녀상 철거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 할머니는 이날 오후 국회 본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일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에 대해 규탄했다. 그는 “피해자 할머니의 한과 슬픔이요, 후세 교육의 심장인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것은 나쁜 행동”이라며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이 할머니,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 연합뉴스

이 할머니는 “독일도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지만 일본과 다르게 반성하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에 앞장선 나라”라며 “철거 주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의 자필 성명문.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실 제공)

또 “독일의 소녀상은 한국의 피해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며 “2007년 미국 워싱턴에서 네덜란드 피해자 할머니와 손 잡고 눈을 보면서 우리는 같은 피해자라며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네덜란드, 아시아 피해자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기에 절대로 베를린에 세워져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할머니가 기자회견 이후 주한 독일대사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기자회견에는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함께했다. 이 할머니는 회견 후 주한 독일대사관으로 향해 철거 명령 철회 촉구서를 전달했다.

이번 항의 기자회견은 앞서 베를린시 미테구 측이 지난 8일 “국가 간 역사적인 문제에서 한쪽에 서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소녀상 설치 허가를 취소하고 14일까지 철거하도록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열렸다.

이후 13일(현지시간) 미테구에서 250여명이 소녀상 철거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를 열었고, 베를린시는 같은 날 홈페이지를 통해 “논란이 된 평화의 소녀상은 당분간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며 철거 계획 보류를 발표한 상태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