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게 받고 징징거리지말아라” 화재 이재민 악성 조롱 도를 넘는다

입력 2020-10-14 14:51 수정 2020-10-14 14:52
울산시가 ‘아르누보주상복합’ 화재 이재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호텔 숙박’ 등을 두고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비난의 댓글이도를 넘고 있다.

14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화재로 이재민 340명가량은 지역 5개 호텔과 기타 숙박시설 24곳에서 지내고 있다.

시는 재해구호법에 근거한 ‘재해구호기금 집행 지침’에 따라 주거비로는 2인 1실 기준 6만원, 식비 1식(1일 3식) 기준 8000원을 기준으로 감염병 우려가 적은 숙소 중 지원금 내의 호텔과 협약을 맺어 제공중이다.

울산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돈이 남아돈다”, “개인적인 일을 왜 세금으로 처리하냐” 등 비난 댓글을 달았다.

이재민 A씨는 지난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호텔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여기는 모텔, 여인숙 같은 곳”이라면서 ‘다른 숙소가 마련되면 이동하겠느냐’는 질문에 “차라리 체육관 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일련의 논란에 억울함을 내비쳤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해주면 감사하게 받아 징징거리지말고”,“내집에 불났다고, 어데 호텔에서 공짜라 재워주고 식비 지원해주냐??정신들 챙겨라 몬난사람들아 ” 등의 조롱이 쏟아졌다.

이날 236명의 이재민이 생활하고 있는 남구 스타즈 비즈니스호텔 객실에서는 ’불’과 관련된 조롱성 메모글이 발견됐다.

‘이재민을 위한 play list’라는 제목의 메모지에는 오마이걸 ‘불꽃놀이’, 태연 ‘불티’, 방탄소년단 ‘불타오르네’, 블랙핑크 ‘불장난’, GOD ‘촛불 하나’, 전영록 ‘불티’, 옥슨80 ‘불놀이야’ 등 대중가요 7곡이 순서대로 적혀 있었다.

이재민들은 화재로 자신의 집과 재산을 모두 잃은 상태에서 이 쪽지를 보고 한 번 더 눈물을 흘렸다. 호텔 측은 내부 침입 등을 확인하기 위해 CCTV 확인에 나섰다.

일부 이재민들은 이번 화재로 정신적 충격과 언론의 댓글 등에 상처를 받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남구 스타즈호텔 1층에 마련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김승현 간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센터를 찾는 피해 주민들이 늘고 있다”면서 심한 경우에는가슴이 답답해 잠을 못자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민 A씨는 “망연자실 그 자체에서 여론의 비난까지 겹쳐 정신적 고통이 너무 크다”면서 “불나는 꿈이나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꿈을 매일 밤 꾸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이재민 B씨도 “몸이 다친 줄도 모르고 여태까지 있을만큼 절망스러운데 무분별한 댓글로 2차 피해까지 당하고 있다”면서 “피해자들의 아픔을 악용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