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말기 투하됐다가 불발됐던 영국 공군의 초대형 폭탄인 ‘지진폭탄(earthquake bomb)’이 75년 만에 해체됐다고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 외신들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5t 무게의 폭탄이 폭발하면서 거대한 물보라가 하늘로 치솟는 모습이 생생하게 포착됐다.
외신에 따르면 폴란드 해군은 지난 12일부터 발트해와 오데르강을 잇는 피아스트 운하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폭탄의 해체 작업에 착수했다. 폭탄은 영국 공군이 2차대전 당시 사용했던 초대형 폭탄으로 지진폭탄의 일종인 ‘톨보이(Tallboy)’로 알려졌다. 폭탄의 총 무게는 5400㎏이며 폭약 무게만 2400㎏이나 된다고 한다.
폴란드 해군은 잠수사를 동원해 폭탄 해체 작업을 진행해 이날 폭탄을 기폭하는 데 성공했다. 폭탄이 터지면서 거대한 물기둥이 하늘로 치솟고 운하 인근 도로에도 물이 쏟아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폴란드 해군 관계자는 국영 방송 인터뷰에서 “폭탄은 해체됐다고 볼 수 있으며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당국은 해체 작업 전 만일을 대비해 인근에 거주하던 주민 751명을 대피하도록 조치했다. 2016년부터 운영에 들어간 액화천연가스(LNG) 전용 항구도 작업 기간 동안 폐쇄됐다. 다만 주민 중 일부는 코로나19 감염 우려 등의 이유로 대피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대전 당시 영국 공군은 교량과 건물 등 튼튼한 목표물 또는 지하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지진폭탄이라 불리는 특수 폭탄을 개발해 사용했다. 영국 공군은 1945년 4월 이곳에 정박해 있던 독일 군함을 공격하기 위해 지진폭탄의 일종인 톨보이를 12발 투하했으나 격침에 실패했다. 그 중 한 발이 폭발하지 않고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다가 75년 만에 해체된 것이다.
폴란드 해군 관계자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물속에서 이렇게 잘 보존돼 있던 톨보이 폭탄을 해체한 것은 세계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