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가진 둘째, 오진해 ‘유산 유도제’ 준 의사 탓에 잃었다”

입력 2020-10-14 14:23 수정 2020-10-14 15:18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산부인과 의사의 오진으로 배 속의 아이를 잃게 됐다는 한 여성의 사연이 공분을 사고 있다.

자신을 “대전에 사는 한 아이의 엄마이자 얼마 전 둘째를 하늘로 보낸 못난 엄마”라고 소개한 A씨는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모 산부인과 의사를 고발하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제대로 된 사과와 적절한 보상을 바란다”며 “나와 같은 피해자가 앞으로 없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A씨는 2018년 첫 아이 출산 후 임신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 6월 둘째를 갖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6월 9일 밤 극심한 복통을 느껴 급히 대전 소재의 대학병원 응급실에 갔다. A씨는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통증이 점차 나아지는 것을 느꼈으나 초음파 검사 결과 자궁외임신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지금 주수가 아기집이 안 보일 수도 있는 시기이니 며칠 후에 다시 검사하고 확실하면 그때 주사든 수술이든 받겠다고 했지만 (검사를 진행한) 전공의가 ‘교수님과 상의해보겠다’고 나간 뒤 10분쯤 후에 돌아와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울고불고 애원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그날 오전 4시쯤 MTX주사(자궁외임신주사)를 맞고 퇴원했다고 한다. 그는 “하지만 임신증상이 첫 아이 때와 너무나 비슷하고 ‘아기집으로 추정되는 게 보이긴 한다’는 전공의의 말이 자꾸 맴돌아 잠을 잘 수 없었다”며 “그래서 고민 끝에 6월 12일 첫 아이를 출산했던 산부인과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해당 산부인과 의사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그 의사는 초음파 검사 결과 정상 임신이라며 “아기집도 동그랗고 예쁘다”고 진단했다. A씨가 “MTX를 맞았다”고 하니, 의사는 “말도 안 된다. 자궁외임신으로 볼 만한 의심 소견이 전혀 없는데 어떻게 이 주사를 처방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A씨는 곧장 오진을 한 대학병원을 찾아가 초음파 검사를 다시 받았다. MTX주사를 처방했던 교수 B씨는 검사 끝에 “정상 임신이 맞고 오진했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인정했다. A씨는 이 자리에서 정상 임신이 돼 출산할 때까지 책임을 져달라고 했고, B씨는 이를 받아들이며 “정신적 위자료도 청구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B씨는 그러나 불과 며칠 만에 “아기집이 자라지 않는 것을 보니 계류유산(태아가 사망한 상태로 자궁에 잔류하는 상태)이다. 소파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주사 때문이 아니라 염색체나 호르몬 이상으로 유산됐을 수도 있으니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보상을 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 A씨는 사비를 들여 경기도 소재의 대학병원을 찾았고, 7월 7일 밤 엄청난 양의 하혈이 시작돼 수술을 받았다.

A씨는 “수술을 받은 경기도 소재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해보니 염색체에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즉 유산이 된 이유는 MTX주사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MTX는 한 마디로 아이를 떼어내는 주사라고 한다. 하지만 B씨는 그 주사가 자궁외임신일 경우에만 작용하고 정상임신에는 작용하지 않는다고 했었다”며 “다른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들께 여쭤보니 ‘같은 의사로서 창피하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A씨는 “오진한 전공의와 B씨, 병원 측은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었고 지금도 뻔뻔하게 환자들을 보며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병원 측은 의사의 오진이 확실하지만 모든 보상은 어렵고 진료비만 지급 가능하다고 밝혀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늘에 있는 저희 아이가, 엄마와 아내의 화를 모두 받으며 힘들었을 첫 아이와 남편이, 아직도 죄책감에 못 벗어나는 제가 제대로 된 사과와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 청원은 14일 오후 2시3분 기준 1222명의 동의를 받았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