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2 1차 출시국 또 빠졌지만…“애플, 한국 중시”

입력 2020-10-14 14:21
아이폰12 프로와 아이폰12 프로맥스 제품 모습. 애플 제공

애플이 한국을 아이폰12 1차 출시국에서 제외했다. 5G 스마트폰으로 출시되는 아이폰12를 세계 최초 5G 상용화 국가이자 보급률 1위인 한국에 가장 먼저 출시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뒤집는 결과다. 다만 이전 모델의 국내 출시 일정과 비교해볼 때는 눈에 띄는 단축이 이뤄지면서 애플이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애플파크 본사에서 온라인 행사를 열고 아이폰12 시리즈 4종을 공개했다. 전 모델 모두 iOS 14를 탑재했으며 5G를 지원한다. 4G LTE를 처음 적용한 아이폰5 이후 8년 만에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5G가 초고속으로 데이터를 다운로드·업로드하고 고화질 동영상 스트리밍과 더 반응이 빠른 게이밍, 실시간 상호작용 등을 제공할 것”이라며 “오늘은 아이폰에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신형 아이폰12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첫 ‘1차 출시국 포함’ 기대했지만…업계는 “애플 달라졌다”

하지만 당초 한국이 아이폰12 1차 출시국에 포함될 것이란 기대는 깨졌다. 오는 16일부터 사전주문을 받고 23일 정식 출시하는 1차 출시 국가에는 미국·영국·독일·일본·중국 등 한국보다 5G 보급이 더딘 국가 30여개국이 포함됐다.

한국은 내년 중반쯤이나 5G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인도와 함께 ‘1.5차’ 출시국에 올랐다. 아이폰12와 아이폰12 프로의 국내 사전 예약은 오는 23일부터 진행되며, 30일부터 출시될 예정이다. 미니와 프로맥스 모델의 출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11월 중순이 유력하다.

다만 업계는 애플이 한국을 1차 출시국에서 제외했지만 국내 시장의 중요성을 전보다 높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제품의 경우 공개행사와 제품 출시일이 보름가량 밖에 차이나지 않기 때문이다. 전작인 아이폰11의 경우 지난해 9월 11일 공개행사를 가졌고, 그 다음달 25일 국내 시장에 정식 출시됐다. 1차 출시국 일정보다도 한 달 이상 늦은 시점이다. 2014년 아이폰6의 국내 출시는 두 달 가까이 늦어지기도 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글로벌 마켓에서 한국 시장은 매우 작은 비중”이라며 “하지만 이번 출시 일정과 최근 마케팅 기조 등을 볼 때 글로벌 5G 시장에서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삼성·LG전자 제품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모바일 운영체제(OS) 가운데 안드로이드는 3500만대, iOS는 450만대 수준이다.


다양한 색생으로 출시된 아이폰12와 아이폰12 미니 제품 이미지. 애플 제공

충전기 제외·고가에도 판매량은 많을 듯

한편 애플은 아이폰12 기본 구성품에 충전용 어댑터와 유선 이어폰을 제외하기로 하면서 사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 방침은 지금부터 판매되는 아이폰11·아이폰SE 시리즈 등 구형 아이폰에도 적용된다. 애플 측은 “지금까지 20억 개가 넘는 아이폰 충전기가 유통됐다. 탄소 배출 감소 등 환경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애플의 이같은 선언에 더 버지 등 외신은 “첫 5G 아이폰을 내면서 오르는 부품가격을 상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도했다. 아이폰12의 출고가는 미니 모델 출시 등 라인업 변화로 전작보다 10만원가량 비싸졌고, 상위 모델 2종은 4~6만원 저렴해졌다. 아이폰12 미니와 아이폰12는 64GB 모델 기준 각각 95만원(699달러), 109만원(799달러)부터다. 프로·프로맥스 모델의 가격은 각각 128GB 기준 135만원(999달러), 149만원(1099달러)부터 시작된다.

업계는 아이폰12의 판매량은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아이폰 신제품이 예년보다 늦은 10월 중순에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연말 누계 판매량이 전작보다 오히려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제프 필드핵 애널리스트는 “5G 스마트폰이 출시될 때까지 구매를 미뤄왔던 아이폰 사용자들의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펜트업(pent-up) 수요가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폰12는 전작 아이폰11과 동일한 6.1인치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으며, 화면 테두리를 크게 줄여 전작보다 두께는 11% 더 얇아지고 무게는 16% 더 가벼워졌다. 아이폰12에는 스마트폰 칩 최초로 5나노미터 공정 기술이 적용된 A14 바이오닉이 탑재됐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