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의 한국전쟁 70주년 관련 언급을 빌미 삼아 자국 내 애국주의를 부추겼던 중국 관영매체가 이번에는 한국 정부와 언론 반응을 상세히 전하며 파장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매체는 중국의 대응을 비판한 한국 매체와 기사 제목을 상세히 소개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4일 한국 매체들이 이번 사태를 ‘중국의 생트집 잡기’ ‘과잉 반응’ ‘과격한 애국주의’ 등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이런 기사들 아래에는 ‘BTS의 발언은 흠잡을 데 없고 중국 팬은 필요 없다’는 식의 과격한 댓글이 가장 많이 올라온다”고 설명했다.
환구시보는 또 과거 중국 네티즌들이 한국 연예인의 발언을 문제 삼아 사이버 폭력을 가한 사례가 적지 않았고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의 쯔위, 가수 이효리 등이 피해자였다고 분석한 한국 기사도 덧붙였다. 중국발 BTS 논란에 한국에서 반중 여론이 거세게 일자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구시보는 자사 기자가 전날 주중 한국대사관 관저에서 열린 개천절 행사에 참석했다고 전하면서 “한국 인사들이 BTS 사태로 한·중 우호 관계가 훼손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한국 외교부 논평, 국민의당이 사태에 침묵하는 정부와 여당을 비판한 글도 함께 소개했다.
민족주의 성향의 환구시보는 지난 11일 중국 네티즌이 BTS의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에 분노하고 있다며 불매운동 운운하는 기사를 처음 내보냈다. 당시 중국 일부 네티즌이 문제 삼은 것은 BTS 멤버 RM(알엠)이 한국전쟁을 “양국(한·미)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라고 말한 대목이이었다. 이 표현이 중국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BTS 비난글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삼성과 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은 중국 홈페이지에서 BTS 관련 게시물을 내렸다. 그러나 불매운동까지 거론했던 중국 내 BTS 비판 분위기는 금세 잦아들었다. 한국 언론과 주요 외신들은 중국 네티즌들의 황당하고 그릇된 애국주의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환구시보 기사는 현재 홈페이지에서 사라진 상태다. 중국 외교부가 ‘양국 우호’를 언급한 이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중국에서 BTS 비난 기사를 다룬 매체는 환구시보와 영자지 글로벌타임스가 유일하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