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문대통령, 피격공무원 아들에 보낸 469자 답장

입력 2020-10-14 12:01 수정 2020-10-14 12:56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문 대통령은 북한의 우리 공무원 사살 사건에 대해 “비극적 사건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대화와 협력의 기회를 만들고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로 반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 아들에게 최근 보낸 답장 전문이 14일 공개됐다. ‘아드님께’로 시작하는 이 답장은 해경과 군의 수색 과정에 대해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문 대통령이 약속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문 대통령의 서명을 포함해 469자였다. 편지는 이씨의 형 이래진(55)씨가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답장에서 “내게 보낸 편지를 아픈 마음으로 받았다”면서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또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한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공무원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 이래진씨 제공

문 대통령은 “지금 해경과 군이 여러 상황을 조사하며 총력으로 아버지를 찾고 있다.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아드님도 해경의 조사와 수색결과를 기다려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아드님과 어린 동생이 고통을 겪지 않고 세상을 살 수 있도록 항상 함께하겠다”며 “강한 마음으로 어머니와 동생을 잘 챙겨주고 어려움을 견뎌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필로 써서 보낸 편지. 연합뉴스

앞서 이씨의 아들은 자필로 쓴 편지에서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동생과 저와 엄마는 매일을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월북 주장에 대해선 “마른 체격의 아빠가 38㎞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 갔다는 것이 진정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날 이씨 형 이래진씨는 해경에 보낸 항의서한에서 “대통령께서 편지에서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한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께서도 제 동생 명예를 회복해야 된다고 하셨는데, 해경은 왜 제 동생의 명예를 망치려고 하냐”고 주장했다.
피격 공무원 이모씨의 형 이래진씨. 연합뉴스

그는 “해경은 제 동생과 같이 있던 동료들한테 월북가능성이 없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조사했는데, 왜 월북으로 단정해 발표했냐”고 따졌다. 이어 “구명동의를 입고 부유물을 붙잡고 38㎞든 33㎞든 해리로 19마일인데 30시간 내 역류까지 있는데 헤엄쳐서 북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지적했다. “선원들이나 동종 종사자들에게 월북 가능성을 물어본다면 전부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