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대필 의혹’ 검사·교수 남매 집유… “사회지도층 지위 이용”

입력 2020-10-14 11:17

‘논문 대필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검사와 교수 남매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황여진 판사는 14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정모 검사와 여동생 정모 교수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황 판사는 “피고인들은 사회지도층의 일원”이라며 “그런 지위에서 얻은 친분관계를 이용해 범행에 이르렀고, 자신들의 행동을 제대로 뉘우치지 않고 있어 일반적 사례보다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정 검사는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사 과정 중이던 2016년 12월 지도교수 노모씨를 통해 학생들이 대필한 박사학위 논문을 예비심사에서 발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여동생 정 교수도 2018년 노씨를 통해 대학원생들에게 대필 받은 논문을 학술지에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남매의 혐의에 깊숙이 연루된 노씨는 성균관대에서 해임됐고 현재 해외 출국 상태다.

정씨 남매의 변호인단은 “각 논문은 정 검사와 정 교수가 작성한 것이 틀림없다”며 “일부를 노 교수가 작성했더라도 지도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 피고인 신문에서는 “대필이 아닌 검토를 부탁했고, 노 교수가 검토를 과하게 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황 판사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정 검사에게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할 검사 지위에 있으면서 본인이나 가족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의 요구에 기대 논문에 합격했다”고 지적했다. 동생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연구 업적을 쌓아야 하고 연구 윤리를 잘 알아야 하는 등 교수 신분으로서 다른 사람이 작성한 논문을 자신의 이름으로 제출했으며 1회에 그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다만 황 판사는 범행의 주도적 역할은 노씨가 맡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정 검사의 예비심사 논문이 외부 발표가 이뤄지지 않고 학위 취득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 정 교수는 기초 논문 자체는 본인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