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화재 때 어벤저스 같았던 소방관” 청원 통해 감사 인사

입력 2020-10-14 10:29 수정 2020-10-14 10:49

지난 8일 대형 화재가 발생했던 울산의 33층 주상복합 아파트 입주자들이 “국민과 대통령, 소방관들께 마음 깊이 감사하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감사 인사를 올렸다.

1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울산 삼환아르누보 화재 피해자들입니다.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아파트 입주자라고 밝힌 청원인은 “화마가 아파트 전체를 감싸는 화재가 일어난 지 3일째, 이제야 마음을 조금 진정시켜본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청원인은 “(입주민들은) 가족과 함께 TV를 보거나 자고 있었다. 그런데 화재경보와 함께 시커먼 연기가 갑자기 몰려 들어와 옷도 입지 못하고 슬리퍼 차림으로 뛰쳐나왔다”며 “휴대전화와 지갑조차 챙기지 못했다”고 다급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급박한 상황에도 입주민들은 침착했다. 청원인은 “(입주민들이) 같은 층의 현관문을 두드려 같이 대피를 유도했고 피난층에 대피한 상황에선 위에서 뛰어내리는 입주민들이 최대한 다치지 않도록 대처했다”며 “옥상 화재 때문에 비상계단 출구에서 나가지 못하는 입주민들이 나갈 수 있도록 통로를 확보해 20명이 넘는 입주민을 대피시킨 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어제 화재 현장을 방문해 물품을 챙겼다”며 “(집에 가보니) 싱크대, 책장, 옷장은 모두 타 철구조만 남았고 벽의 타일은 모두 떨어져 있었다. 아직도 망연자실하고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울산시 남구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 3층 테라스에서 감식 중인 전담팀. 연합뉴스

그러면서도 “저희 입주민들은 주저앉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화마가 아파트 전체를 감싸던 때부터 기도해준 주변 이웃과 전 국민의 마음이 우리를 살린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화마 속을 뚫고 질식한 입주민은 둘러업고 구조한 소방관들의 노력을 잊을 수 없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저희는 모든 것을 잃었으나 가장 소중한 목숨을 건졌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봐주신 울산시민, 국민과 문재인 대통령, 목숨을 걸고 구조해주신 소방관님, 밤새워 현장을 지켜주신 송철호 울산시장님과 관계 공무원분들의 헌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11일 울산 남구 삼산동에 차려진 주상복합 아파트 화재 피해 주민 임시 숙소 한쪽에 소방관에게 감사를 전하는 손편지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입주민들은 자신의 아파트 호수를 밝히며 직접 감사 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31층 주민은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를 산소까지 나눠주시며 무사히 대피시켜주신 소방관님께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27층 주민 역시 “저희 가족은 대피하지 못하고 안방에 갇혀 두 시간 반 동안 애타게 구조요청만 하고 있었다. 이제 죽겠구나 생각하는 찰나에 소방대원님들이 연기와 함께 어벤저스처럼 저희를 구조하러 왔다”며 “덕분에 살았다. 저는 이제 생일이 두 개”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홍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