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때 항생제 많이, 오래 쓸수록 ‘소아 비만’ 위험 높다

입력 2020-10-14 10:21 수정 2020-10-14 10:48
국민일보db


생후 24개월 이내 영·유아는 항생제 투여에 신중해야 한다. 항생제 종류가 많을수록, 투여 기간이 길수록 소아 비만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소아 비만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은 물론 대사증후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유아기 비만인구 3명 가운데 1명은 성인이 된 후에도 비만 체형을 유지하기 때문에 각별한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24개월 미만 영·유아의 경우 감기 등에 항생제 처방률이 약 99%에 달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팀(박영준, 장주영)은 2008~2012년 영유아건강검진을 받은 3만1733명을 관찰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Metabolism: Clinical and Experimental)’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생후 24개월 이내 항생제 투여가 소아비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투여한 항생제 종류 수, 사용 기간, 최초 투여 나이가 소아 비만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여한 항생제 종류가 많을수록 소아비만 위험이 높았다. 항생제를 5가지 계열 이상 사용한 경우, 1가지만 투여했을 때보다 비만 가능성이 약 42% 높았다.

또 항생제를 투여한 기간이 길수록 소아비만 위험이 높았다. 180일 이상 항생제를 사용한 경우 30일 이내로 항생제를 사용한 것보다 비만 위험이 40% 높았다.

최초 항생제 투여 시기도 중요했다. 생후 6개월 이내 처음 항생제를 처음 맞은 경우, 생후 18~24개월보다 비만 위험이 33% 높았다.

항생제 종류 수, 사용 기간, 최초 투여 시기는 모두 소아 비만과 ‘용량 의존적(dose-dependent)’인 관계를 보였다. 즉 종류가 많을수록, 사용 기간이 길수록, 투여 시기가 빠를수록 예외 없이 비만 위험이 높아졌다.

연구팀은 이러한 원인을 ‘장내 미생물균총’에서 찾았다. 장에 존재하는 장내 미생물균총이 항생제로 인해 손상을 입어 비만을 유도하는 것.

이번 연구는 한국인 영·유아를 대상으로 이뤄진 대규모 조사다. 해외에서 항생제와 소아 비만의 연관성을 연구한 사례가 몇몇 있었지만 아시아계 소아를 표본으로 한 것은 처음이다.
모유수유, 감염질환, 사회경제 수준 등 분석에 교란을 줄 수 있는 변수를 제거해 정확하게 측정했다.

박상민 교수는 14일 “항생제 사용에 따른 득실을 고려해 신중하게 처방하고 무분별한 처방은 지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