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화 병무청장님, 왜 제게만…” 반박글 쓴 유승준

입력 2020-10-13 22:19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오른쪽은 모종화 병무청장이 1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4)이 자신에 대한 정부의 입국 금지 조치를 ‘엄연한 차별이자 인권침해’라고 표현하며 모종화 병무청장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를 공개했다.

유승준은 13일 인스타그램에 ‘병무청장님’으로 시작하는 글을 올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나왔던 모 장관의 발언을 반박했다. 앞서 모 장관은 “저는 유승준이라는 용어를 쓰고 싶지 않다. 스티브 유라고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는 한국 사람이 아니고 미국 사람이기 때문”이라며 “스티브 유는 숭고한 병역의무를 스스로 이탈했고 국민에게 공정하게 병역의무를 이행한다고 누차 약속했음에도 그것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또 “그가 2002년도에 병역의무를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외여행 허가를 받아 1주일 만에 미국 시민권을 획득해 병역의무를 면탈한 사람이다. 입국이 금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입국해서 연예계 활동을 한다면 이 순간에도 병역의무를 하는 장병들의 상실감이 얼마나 크겠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모종화 병무청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준은 “제가 군대에 가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많은 분께 실망감을 드린 점은 지금도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그 문제를 가지고 대한민국 안전보장 등을 이유로 무기한 입국 금지 조치를 하고 18년 7개월이 지난 지금도 당시와 똑같은 논리로 계속 입국을 거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이어 “저는 한국에서 데뷔할 때 이미 가족과 함께 미국 이민을 가 오랫동안 미국에서 거주한 영주권자였고 미국에서 사는 교포 신분으로 활동했다”며 “당시는 병역에 있어 지금과 같은 영주권자에 대한 제도적 고려가 없었기 때문에 영주권이 상실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살 수 있으려면 부득이 시민권을 취득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가족들의 설득과 많은 고민 끝에 시민권을 취득하게 됐지만 이 과정에서 어떠한 위법도 없었다. 영주권자가 시민권을 취득한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럼 마음을 바꾼 것이 위법한 일인가 아니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위법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난 5년간만 따져도 외국 국적을 취득해 병역의 의무가 말소된 사람이 2만명이 넘는다. 1년에 4000명 정도다. 하지만 병역 기피 목적으로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간주돼 입국 금지를 당한 사람은 대한민국 역사상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법 앞에는 부한 자나 가난한 자나, 권력이 있는 자나 그렇지 않은 자나, 유명한 자나 무명한 자나 그 누구나 평등해야 할 것인데도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유승준 인스타그램 스토리

이어 “저는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 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저는 범죄자도 아니고 권력자나 재벌도 아니며 정치인은 더더욱 아니다. 아주 예전에 잠깐 인기를 누렸던 힘없는 연예인에 불과하다”고 썼다.

아울러 “유승준이 아닌 스티브 유로 불려도 저의 뿌리는 대한민국에 있고 고국을 그리워하는 많은 재외동포 중 한 사람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연예인으로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잘못이 있지만 이를 두고 정부가 나서서 몇십 년 째 대한민국에 발도 디디지 못하게 막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자 인권침해다. 대단히 유감스럽고 부당한 처사”라고 호소했다.

▼ 유승준 인스타그램 글 전문

병무청장님.

한국 병무청장님은 오늘 국회 국정감사에서 저에 대한 입국금지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 이유로는 제가 병역의무를 이행한다고 누차 약속했음에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여 병역의무를 이탈했고, 제가 입국하면 장병들의 상실감이 클 것이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제가 2002년 당시 군대에 가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많은 분들께 실망감을 드린 점은 지금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문제를 가지고 대한민국 안전보장 등을 이유로 무기한 입국금지 조치를 하고, 18년 7개월이 지난 지금도 당시와 똑같은 논리로 계속 입국을 거부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데뷔할 때 이미 가족과 함께 미국 이민을 가 오랫동안 미국에서 거주한 영주권자였고, 미국에서 사는 교포신분으로 활동을 했습니다. 당시는 병역에 있어 지금과 같은 영주권자에 대한 제도적 고려가 없었기 때문에 영주권이 상실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살 수 있으려면 부득이 시민권을 취득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결국 가족들의 설득과 많은 고민끝에 막판에 시민권을 취득하게 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어떠한 위법도 없었습니다. 영주권자가 시민권을 취득한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마음을 바꾼 것이 위법한 일입니까? 아니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위법한 일입니까?

지난 5년간만 따져도 외국 국적을 취득하여 병역의 의무가 말소된 사람이 2만 명이 넘습니다. 1년에 4천명 정도입니다. 하지만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간주되어 입국금지를 당한 사람은 대한민국 역사상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법 앞에는 부한 자나 가난한 자나, 권력이 있는 자나 그렇지 않은 자나, 유명한 자나 무명한 자나, 그 누구나 모두 평등해야 할 것인데도 말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범죄자도 아니고, 권력자나 재벌도 아니며 정치인은 더더욱 아닙니다. 저는 아주 예전에 잠깐 인기를 누렸던 힘없는 연예인에 불과합니다.

유승준이 아닌 스티브 유로 불려도 저의 뿌리는 대한민국에 있고, 고국을 그리워 하는 많은 재외동포 중 한 사람인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연예인으로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잘못이 있지만, 이를 두고 정부가 나서서 몇 십년 째 대한민국 안전보장 등을 이유로 대한민국에 발도 디디지 못하게 막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자 인권침해입니다.

5년 동안 계속된 소송에서 대법원은 저에게 비자를 발급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최근 저에 대한 비자발급을 다시 거부하고, 오늘 병무청장님이 입국금지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점은 대단히 유감스럽고,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다시 제기한 소송에 대하여 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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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