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울산시 남구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현장에 소방관과 환자의 휴식을 위한 ‘회복차량’이 출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소방관들은 화마와 싸우는 14시간 동안 인근 벤츠매장 바닥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소방청으로부터 ‘울산 삼환아르누보 화재 현황’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회복차량 출동 요건인 동원령 1호와 2호가 연속 발령됐지만 회복차량은 출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회복차량은 재난현장에서 소방관 피로 회복을 위한 쉼터 제공과 경증환자 대상 대피 및 보호를 위해 지난 4월 소방청이 도입한 특수목적 차량이다. 대당 4억5900만원인 트레일러형 회복차량은 호남119특수구조대(전남 화순)와 영남119특수구조대(대구 달성군)에 한 대씩 배치됐고, 3억3000만원인 버스형 회복차량은 수도권119특수구조대(경기 남양주)에 배치된 상태다.
회복차량은 국가 차원의 소방령 동원 시(동원령 1·2·3단계), 소방청장이나 중앙119구조본부장의 출동 지령이 있는 경우, 시‧도 소방본부에서 출동 요청이 있을 때 출동한다.
당시 영남119특수구조대의 회복차량은 정비를 위해 울산 화재 3일전인 10월 5일 입고돼 출동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호남119특수구조대와 수도권119특수구조대의 회복차량은 출동이 가능했으나 이번 화재에 출동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일반 시민들은 영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소방대원들의 휴식공간을 마련하고 있는데 정작 소방청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재난현장 회복차량을 출동조차 시키지 않았다”면서 “재난현장 회복차량의 출동 기준을 재정비하고 시‧도 소방본부에 재난환경 회복차량을 홍보해 목적에 맞게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소방청은 2019년 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시 회복차량 6대를 구매를 위한 30억원 예산을 요청했으나 추경예산안 심사에서 18억원 감액돼 3대 차량 도입분인 15억원만 반영됐다. 2020년도 예산안에 충청.강원119특수구조대 버스형 1대 도입분이 반영돼 올해 12월 회복차량이 추가된다. 2021년도 정부예산안에는 추가 도입 예산이 미반영됐다.
이 의원은 “소방청은 추가 확보예산 반영을 통해 최초 도입 당시 계획했던 차량대수를 확보해 화재현장에 보다 신속한 현장 투입이 이뤄지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