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에 답장보낸 문 대통령 “위로 보낸다. 기다려보자”

입력 2020-10-13 20:23 수정 2020-10-13 20:28

문재인 대통령이 서해 소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아들에게 “위로를 보낸다”는 취지의 답장을 보냈다.

A씨의 형 이래진(55)씨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쓴 A4용지 1장짜리 편지는 13일 등기우편으로 A씨의 아들에게 전달됐다. 문 대통령은 편지에서 ‘마음이 아프다’ ‘위로를 보낸다’ ‘해경의 조사·수색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등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씨는 “편지 내용은 만족스럽지 않다”며 “(형식적으로도) 친필이 아니라 컴퓨터로 쓴 편지고, 기계로 한 서명이 찍혀 있다”고 말했다.

앞서 A씨의 아들은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습니다”라고 쓴 자필 편지를 문 대통령 앞으로 보냈다. 이 편지는 8일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에 전해졌다.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 씨(왼쪽)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A씨의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자필 편지 원본을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씨는 14일 인천에 있는 해양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의 답장을 공개할 예정이다. 그는 해양경찰청에 유가족 항의서한과 정보공개청구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이 보낸 답장을 두고 “타이핑된 편지는 친필 사인도 없는 무미건조한 형식과 의례 그 이상도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말에서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 형국”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변인은 “마냥 해경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것이 유가족에겐 얼마나 큰 고통이자 아픔이겠는가”라며 “유가족은 절망으로 남은 힘도 없을 듯하다”고 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