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신형 아이폰12 시리즈를 친환경 재활용 소재로 제작하고 사상 처음 패키지 구성품에서 충전기와 유선 이어폰을 빼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런 변화로 연간 200만t 탄소 배출을 저감하고 203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애플의 전례 없는 파격 실험에 소비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1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애플은 아이폰12 탭틱 엔진과 카메라 등의 자석류 부품은 100% 재활용 희토류를 사용해 제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아이폰12 패키지 구성품에서 전원 어댑터와 이어팟을 제외하고 라이트닝 케이블만 유일하게 제공하기로 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리사 잭슨 애플 환경·정책·사회적 이니셔티브 담당 부사장은 14일(한국시간) 오전 2시에 열리는 신제품 행사에서 이런 내용을 공식 발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이 아이폰 패키지에서 전원 어댑터와 이어팟을 빼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비자의 모바일 액세서리 재사용을 유도해 전자제품 쓰레기를 줄인다는 복안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폰12 패키지에서 전원 어댑터와 이어팟을 제거함으로써 탄소 배출을 더욱 줄이고 귀중한 소재의 채굴·사용을 지양한다는 방침이다. 애플은 친환경 정책으로 연간 수백 만 톤의 탄소 배출 저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약 50만대의 자동차를 거리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또 아이폰12 패키징의 소형화·경량화가 가능해져 더 효율적인 화물 운송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이폰12에 탑재하는 카메라와 탭틱 엔진 등의 자석류 부품은 100% 재활용 희토류를 사용해 만드는 방안을 확정했다. 다만 기존 아이폰에서 회수한 희토류인지 여부는 불명확하다. 애플은 지난 2018년 아이폰 분해 로봇 데이지를 공개하며 부품·소재 재활용 사업을 본격화했다.
애플의 친환경 전략은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작했다. 2015년 10월 기기 생산 공급망 전반에 청정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겠다며 ‘협력업체 청정에너지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2030년까지 아이폰과 애플워치, 아이패드 등 기기에 탑재하는 소재와 부품·최종 조립품을 애플 협력사 전체가 재생에너지 전기로만 생산하는 것도 목표로 제시했다. 애플에 아이폰 반도체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는 올 초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애플의 협력업체 청정에너지 프로그램에 가입한 고객사가 됐다.
아이폰12 국내 출고가가 관심이다. 전원 어댑터와 이어팟이 패키지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기존보다 저렴해질 거란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아이폰12 출고가가 전작과 비슷하거나 소폭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아이폰12는 애플의 첫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이기 때문에 칩셋 등 주요 부품의 단가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신제품 가격은 아이폰12 미니 699달러(약 81만원), 아이폰12 799달러(약 92만원), 아이폰12 프로 999달러(약 115만원), 아이폰12 프로 맥스 1099달러(약 127만원)부터 시작할 전망이다. 국내 출고가는 이보다 10만원 정도 비싸게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아이폰은 고객 충성도가 높은 제품이기 때문에 판매량에 미치는 부정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다.
방효창 두원공과대 스마트 IT학과 교수는 “애플은 친환경 관련 소재를 갖추거나 탄소 배출 저감 역량을 갖춘 기업들과 협업하면서 관련 생태계를 주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이는 애플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유럽 등에서는 기업의 탄소배출권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므로 애플의 친환경 전략은 글로벌 마케팅에도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