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외딴 섬 ‘무급’ 농장일에 3000명 몰린 사연

입력 2020-10-13 17:40
CEO 매거진 캡처

이탈리아 지중해 작은 섬의 한 농장의 무급 구인광고에 전 세계에서 3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려 화제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12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북쪽 에올리에제도 리파리섬에 거주하는 루이지 마자(35)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구직 광고에 지원자가 쇄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자씨는 작은 농장에서 각종 과일과 채소, 닭, 당나귀를 기르며 올리브유 등 천연재료로 수제비누를 제작한다.

마자씨는 구직 글에 “농장에서의 겨울을 제안한다”며 농장에서 일할 일손을 구한다고 적었다. 구인조건으로 음식과 포도주와 함께 무선 인터넷이 갖춰진 작은 방을 제시했다. 월급은 주지 못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런데 이 ‘무인 구인’ 광고에 이탈리아는 물론 스페인, 프랑스, 영국, 미국과 일본에서 문의가 쇄도했다. 지원자가 3000명을 넘었다.

마자씨는 “사람들이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나는 페이스북, 왓츠앱, 텔레그램, 이메일을 통해 문의를 받았다. 정신없었다”고 말했다.

마자 씨는 고심 끝에 이탈리아 출신 커플과 프랑스 마르세유 출신 커플을 뽑았다. 이탈리아 출신 커플이 처음 몇 주간 일한 뒤, 프랑스 마르세유 출신 커플이 그 뒤를 이을 예정이다.

마자씨는 일부 지원자의 사연도 공개했다.

한 지원자는 이탈리아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심각했던 북부 베르가모 출신의 젊은 남성이었다. 이 청년은 코로나19가 무서워 베르가모를 떠났고, 자전거를 타며 유럽 전역을 여행하겠다고 결심했다.

마자씨는 “그는 (코로나19로) 모든 것을 잃었다고 말했다. 심한 스트레스와 폐소공포증을 겪고 있었고, 베르가모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지원자 중에는 이탈리아에 왔다가 코로나19 대확산으로 국경이 통제돼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일본인 커플도 있었다. 지난 3월 유럽부터 발이 묶인 이들은 유럽대륙을 여행하며 그때그때 농사일로 생활비를 충당하기로 했다고 전해졌다.

마자 씨는 “많은 지원서가 (코로나19) 팬데믹 우려와 직결돼 있었다”면서 “사람들은 또 봉쇄령이 내려졌을 때 아파트 안에 또다시 갇혀있는 것을 못 견딘다”고 텔레그래프에 전했다.

김나현 인턴기자